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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인터뷰]은퇴 이범호가 한화전을 택한 이유 "태균이 한번 안아주고 가려고요"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9-06-19 17:15


KIA 이범호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권인하 기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 그만하자고 생각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가 솔직한 마음을 공개했다. 18일 구단을 통해 은퇴를 공식 발표한 이범호는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왔다. 이날부터 1군에 올라 팀과 함께 훈련하면서 은퇴를 준비한다.적정한 시기에 1군에 등록돼 2000경기를 채울 예정이다. 7월 13일 한화전에서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은퇴 기사가 나왔을 때의 심정은.

구단에서 이제 기사가 나올 거라는 말에 묘하더라. 이젠 돌이킬 수 없구나 하는 생각, 진짜 마지막을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지금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내가 판단했을 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내려오자고 35,36세때 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올시즌을 하면서 느낌이 이제는 그만해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군에서 2군으로 내려올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려가면 1군에 오를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내가 선수생활을 길게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답은 길어야 내년까지였고, 내년까지 할거면 올해 정리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가 딱 맞는 것 같다고 결심을 했다. 함평은 너무 멀다(웃음)

-가장 아쉬운게 있다면.

내가 타율도 좋은게 아니고 여러가지 면에서 뛰어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홈런을 밀어부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승엽이형 기록을 넘기긴 힘들고 양준혁 선배 기록을 넘어보고 싶었다. 매년 20개 정도를 치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아홉수에 걸려 끝난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내 선택을 얘기하니 한번 더 고민해보자고 했고 내가 와이프를 설득했다. 더 해야 내년까지고 다른 팀에서 야구할 수 있는 부분도 없으니 올해까지가 마지막인거 같다라고 말했다. 와이프와 많은 얘기를 나눴고 흔쾌히, 고생 많이 했다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고 하더라. 와이프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타석에 대한 그림은

난 은퇴라는 것을 언젠가 오겠지 했는데 어떤 타석에 들어가야지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까하는 반신반의였다. 상상했던 것은 없다. 마지막에 타석 들어갈 때 많은 팬들이 박수쳐주시면 제일 좋은 타석이 아닐까.

-박흥식 감독대행이 만루에 대타로 낼 생각도 있다고 하던데.

팀에 피해가 가는 상황이면 아닌 것 같다. 점수차가 많이 이기거나 많이 지면 (최)형우라도 빼고 넣어주시면 감사하지만 마지막에 은퇴하면서 배려가 팀에 피해가 가면 미안하다. 1등하고 있으면 여유가 있다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까. 열심히 연습해서 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나올지 모른다. 엔트리에 들어가려면 열흘에서 보름의 시간이 있으니까 열심히 몸을 잘 만들어보겠다.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선수로 첫 은퇴 선수인데.

뿌듯함을 가진다. 명문팀에서 은퇴를 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이 팀으로 온 게 저한테는 굉장히 한단계 더 올라가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이미지도 좋아졌다. 한화에 있었을 때는 서울에서 다녀도 누군지 잘 못알아보고 그랬다. 야구를 하면서 튀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었는데 광주에서는 너무나 야구선수에 대한 환대가 컸다. 이정도는 아닌데 이정도의 환대를 받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이 팀에서 마지막을 하는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잊지 못할 순간을 꼽는다면

프로 처음 들어왔을 때.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 지명됐다는 얘기를 듣고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시골에 있는 선수를 2차 1번으로 뽑았다는 감동이 있었다. 프로 못들어올 줄 알았는데 지명을 해주셔서 프로 올수 있었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KIA에서 코리안시리즈 우승할 때 만루홈런 친 것도 기억에 남는다.

-WBC에서 다르빗슈에게서 동점타를 친 것을 팬들이 많이 얘기하는데.

그때 안타가 아니라 홈런을 쳤어야 했는데. 메이저리그로 가는 최고 투수였으니까 WBC 기억도 많다. 말도 안되게 뽑혀서 한단계 올라가는 큰 도움이 되는 대회였다.

-꽃범호라는 별명에 대한 생각은.

야구인으로서 야구판에서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지만 영원히 함께 할 것 같고 지도자가 되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팬들이 생각해주시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감정으로 마음속에 새기겠다.

-은퇴 후 계획은.

확정된 것은 아닌데 9월에 일본팀으로 가서 11월까지 연수를 하고 올 수 있을 것 같고. 내년엔 구단과 상의가 되면 미국으로 가서 1년 정도 공부하고 싶다.

-미국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싶나.

야구공부 더 하고 싶다. 내가 친 기록만 가지고 선수들과 상대할 수는 없다. 미국 야구는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를 보면서 내가 선수생활 때 가지고 있었던 타격, 수비의 지식들이 맞는지 검증을 해보고 후배들에게 가르쳐줘야할 것 같다. 확실하게 알고 하는 것과 막무가내로 하는 것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사람 상대하는 것도 배워야할 것 같다. 지금 어린 선수들은 우리가 선수 생활할 때와 사고방식이 달라서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상대해야하는지를 느껴보고 와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다. 안오면 손해인데도 다가오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 다가올 수 있게끔 해야한다.

-지금까지 이범호를 만든 3명의 은인을 꼽는다면.

어릴 때부터를 포함해야할 것 같다. 현재 영남대 박태호 감독님이 대구고 코치시절 참 그저 그런 선수를 연습 많이 시키셨다. 대구에서 그 더운 여름 오후 2시에 혼자 한시간씩 펑고를 받았다. 저를 단련시켜주셨던 분이다. 정영기 스카우트님. 자기 목을 내놓으면서까지 "얘를 뽑아야한다"고 외치셨던 분이다. 강원도에 계신 걸로 알고있다. 그리고 큰 무대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신 김인식 감독님. 감독님 아니었으면 WBC도 못나갔을텐데…. 잘 이끌어주셨다. 즐겁게 야구했던 것은 김기태 감독님과 했던 것. 다른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겠다(웃음).

-20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나는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3할도 제대로 많이 못쳐봤고, 그런데 좀 중요할 때는 한방씩 쳐주는, 그런 야구를 너무 좋아했었던 20년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여러가지 면에서 무사히 선수생활 잘 마쳤으니까 '평범한'이 가장 좋지 않을까.

-통산 만루홈런이 압도적인 1위다. 찬스에서 강했던 이미지가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언론이나 팬들이 선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루홈런을 1,2개 치다보니까 그런 상황에서 자꾸 그런 얘기를 해주시니까 타석에 들어가면서 '투수들도 그런 생각(만루홈런)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난 쟤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난 편하게 치자고 했다. 만루에서 더 공격적으로 초구 2구에 승부를 봤다. 그러면서 만루가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원래 하던 때보다 부드럽게 쳤던 것 같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옆에서, 언론에서 자꾸 그런 것을 써주시니까 난 나가면 홈런치는 사람이구나. 치면 또 그런 기사가 나오고…. 그래서 그런 이미지가 생기지 않았나.

-몸상태는.

함평에서는 기술 훈련은 거의 하지 않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좀 많이 했다. 기술적으로 보충하면 마지막 타석들은 충분히 옛날의 그 느낌으로 준비가 될 것 같다.

-마지막이 한화전이다.

은퇴 경기를 한화전에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날짜를 보니 좀 이르지만 7월밖에 없었다. (김)태균이 한번 안아주고 가려고 한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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