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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과 베이징 올림픽이 영광.
"관중석에서 '야, 3안타 친 X을 왜 4번에 계속 쓰냐'는 소리가 들렸어요. 승엽이가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이 친구도 후배들을 아껴가며 거기까지 왔는데 대회에서 잠깐 안 맞는다고 그런 야유를 보내는게 조금 서운하더라고요."
이와세는 이승엽의 타격감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거침 없이 볼카운트 1B2S까지 몰아붙였다.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 보이던 상황. 바깥쪽 공으로 승부하던 이와세는 허를 찔러 몸쪽 공을 찔러넣었다. 순간 이승엽의 배트가 돌았다. 얼핏 우익수 쪽에 뜬 타구 처럼 보였다. 방송 중계 캐스터도 차분하게 "우측에 떴습니다"라고 말했다.
"승엽이가 감이 좋을 때는 (홈런임을) 바로 아는데 이날은 아니었어요. 벤치에서 뜬 타구를 보면 외야수 다리를 보거든요. 당시 우익수가 바로 이나바(현 일본 대표팀 사령탑) 감독이었어요. 계속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다리가 딱 멈춰 서는거에요. 승엽이 손목이 들어가면서 툭 하고 찍혀 맞은거지…."
타구가 담장을 넘는 순간 이승엽은 양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눈물을 흘릴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였다. 이심전심 김경문 감독도 힘들었다.
"승엽이 그 홈런이 나오는 순간, 처음으로 답답하게 속에 있던 게 순간 툭 하고 떨어지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제 야구인생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죠. 사실 '와'하고 환호하고 싶었어요. 감독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참아야 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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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승엽이가 먼저 와서 한번 쉬었으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큰 경기에서 딱 2경기만 해주면 된다고…. 그런데 결국 승엽이는 3경기를 해줬어요. "
'이승엽 때문에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실제 김 감독은 힘들었다.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승장 인터뷰를 가서도 첫 질문은 '내일도 이승엽이 4번을 칩니까'였다.
"감독의 믿음은 그럴 때 필요한 겁니다. 만약 끝까지 안됐다면요? 제가 욕을 먹는다는 각오를 했죠.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아니라 승엽이였어요."
믿음을 가지고 운명을 거는 마지막 순간, 신은 화답한다. 김경문 감독에게 당시 이승엽은 어쩌면 모습을 바꾼 신의 현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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