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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베이징 전설' 김경문 감독, 한국야구의 미래를 묻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3-20 16:12 | 최종수정 2019-03-21 06:20


야구국가대표팀 김경문 감독. 2008년 본지 1면에 실린 김 감독.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9.03.19/

"이 금메달이 갑용이랑 승엽이가 걸어준건데…."

11년 전인 2008년 8월.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잊을 수 없는 해다. 사상 유례 없는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 당시 스포츠조선 1면에 실린 금메달을 목에 건 자신의 사진을 감회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정말 스태프, 선수, 그리고 하늘이 도와준 일이었죠."

뜨거웠던 그 해 8월.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국야구사에 한 획을 긋는 그야말로 전환기적 사건이었다. 드라마 보다 극적이었던 우승 과정. 베이징 발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베이징 키즈'도 등장했다. 프로야구 열기도 뜨거워졌다. 김경문 감독은 '국민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강산이 바뀌었다. 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했던 그 영광의 순간을 김 감독은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사실 감독을 10년 넘게 하는데 있어 베이징 성적을 무시할 수 없었죠. 야구계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으로서 (한국야구가) 어려울 때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말 많고 탈 많았던 대표팀 감독 제안을 두 말 않고 수락한 배경이다.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다

베이징 이후 다시는 맡을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대표팀 감독직이었다. 실제 김경문 감독으로선 더 이상 얻을 게 없는 자리다. 도쿄 올림픽 이후 야구는 더 이상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 만약 이번에 대표팀 감독을 고사했다면 '영원한 전설'로 봉인될 수 있었다.

현재 상황도 녹록지 않다. 11년 전에 비해 국제 경쟁력은 향상됐다고 보기 어렵다. 올림픽 우승보다 더 큰 업적은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계산하지 않았다. 야구인으로서 나라에서 받은 영광을 어려울 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NC 감독에서 물러날 때까지 김 감독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2004년부터 두산 베어스와 대표팀, NC 다이노스 창단감독으로 이어지는 15년 사령탑 생활 속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건강이 악화돼 시즌 중 입원을 하기도 했다. 무거웠던 지휘봉을 내려놓고 1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사실 지난 6개월은 못 만났던 사람들도 좀 만나고 했어요. 감독 생활 10년 넘게 하다보니 몸이 힘들어진걸 느끼겠더라고요."

갑작스러운 대표팀 사령탑 제안. 사명감에 덜컥 맡았지만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넘어야 할 산들이 수두룩 하다.

"어쨌든 저를 선택해 주신게 고마운 일이죠. 쉬고 있다 (대표팀 감독직을 맡기로) 결정하고 나서 과연 잘 맡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넘어서야할 벽, 일본

시간이 없었다. 바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본을 두번 오가며 국내팀 선수들을 파악하고, 일본 팀 전력을 가늠했다. 프리미어12가 열리는 11월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여건도 썩 좋지 않다. 그 사이 일본대표팀인 '사무라이 제팬'은 더 강해졌다. 도쿄 올림픽 유치 이후 좋은 성적을 위해 국가적, 리그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대표팀 평가전에 3만 관중석이 꽉 찼더라고요." 마케팅 지원이 동반된 일본 대표팀은 야구 붐업의 중심이다. 전임감독제에도 불구, 아직까지 대표팀 실체가 상시적이지 않은 한국야구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반면, 한국야구는 갈수록 힘든 상황이다. 김광현 양현종 이용찬 등이 버티고 있지만 외국인 투수들의 득세 속에 새로운 국내파 투수들의 성장속도가 더디다.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 등 해외파 차출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도 이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투수쪽에서의 계산이 10년 전보다는 확실하지는 않긴 하죠. 해외파요? 지금은 사실 큰 기대는 안하고 있어요. 어차피 안에 들어간 선수는 안된다고 하니까…. 된다 하더라도 저는 선수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봐요. 하고 싶지 않은데 해달라고 하는건 원치 않습니다. 태극마크 달고 하고픈 마음이 들었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거겠죠.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그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태극마크에 대한 프라이드를 갖고 그럴 수 있도록 KBO의 역할도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상황은 갈수록 어렵지만 한국야구의 목표달성을 위해 일본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승부사 김경문 감독은 벌써 승부욕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도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우리 선수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으니까요. 우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힘을 모아야죠."

선수 선발, "간절함을 보겠다"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다. 최우선 목표는 프리미어12를 통한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 확보다. "홈 구장에서 예선전을 치르니까 여기서 무조건 티켓을 먼저 확보하는 게 첫번째 목표에요. 스태프와 선수를 꾸리게 되면 가장 먼저 강조해야 할 부분이죠. 우승보다도 티켓을 먼저 확보 다음에 넥스트를 봐야겠죠."

말 많고 탈 많은 시대. 선수 선발 조차 자유롭지 않다. 선동열 전임 대표팀 감독의 자진 사퇴를 촉발한 배경에는 선수 선발에 대한 비난 여론과 정치권까지 번진 '말말말'이 있었다. 김 감독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글쎄요. 코치들도 분야마다 견해가 달라요. 타격 전문은 타격을, 수비 전문은 디펜스를 중시하죠. 저는 이 모든 생각을 이야기 하고 써내라 그럴겁니다. 치열하게 토론을 해야죠. 결국 이야기 다 듣고 고민 끝에 결정을 해야겠죠. 왜 이 선수를 뽑았냐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겠죠."

구체적인 선수를 미리 언급하는 건 너무 이른 시점이다. 다만 김 감독의 선수 선발 기준은 '균형과 조화'다.

"어린 선수로만 꾸려지지는 않을겁니다. 제가 뛸 때 만났던 선수도 다시 만나게 될거고요. 물론 앞으로 올림픽도 WBC도 있는데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도 발탁해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조화를 잘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야수 쪽에서는 어린 선수 보다는 커리어 있는 선수가 눈에 들어오고, 투수쪽은 젊고 과감한 선수도 열심히 보고 있는 중입니다. 야구는 항상 움직이고 있는 거니까 앞으로 부상이란 예기치 못한 변수도 있을 수 있고, 또 성적이 있고,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만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국가대표팀 감독은 위기의 한국야구를 부흥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다. 각 팀 사령탑들이 팀 성적이라는 굴레 속에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면 대표팀 사령탑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책임자다. 그런 면에서 승부사 김경문 감독의 영입은 개인에겐 큰 짐이지만, 휘청거리던 한국야구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을 막연히 부러워 하기 보다는 언젠가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겠죠. 당장 할 수는 없지만 차근차근 스텝을 빠르게 밟아서 대표팀을 선수들도 영광스럽고, 누구나 승선하고 싶어은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태극 마크를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대표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나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야구국가대표팀 김경문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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