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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일이다. 당시 최희섭이 주전으로 뛰던 LA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을 자주 찾았다. 최희섭 등과 인터뷰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종종 퇴근하는 선수들을 만난다. 많게는 수백 억원씩 버는 스타 선수들의 복장은 자유분방했다. 반바지에 샌들은 기본. 목이 축 늘어진 흰색 라운드 면 티셔츠를 입은 유명 선수도 있었다. '스타 선수가 저러고 다녀도 될까' 싶을 만큼 허름한 차림으로 슈퍼카를 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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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선수들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구단 측은 "휴식일에 쇼핑 갔다 잠깐 들러 짧게 머물렀고, 게임 액수도 40만 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누구나 할 수 있는,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정도는 아니었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바로 전지훈련이라는 공무 중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비 활동기간 중 사적으로 가족과 함께한 해외여행 중 오락 삼아 들른 카지노에서 사진이 찍혔다면 이렇게 까지 파문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프라이버시를 언급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연예인이나 유명 프로 선수를 '공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논란이 여전하지만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넓은 의미로 '공인'이란 해석이 무리는 아니다.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인기가 올라가는 그 만큼 인지도가 높아진다.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도 강력해 진다. 처우도 점점 개선돼 왔다. 하지만 얻는 것이 많아지는 딱 그 만큼 또 잃는 것도 많아진다. 권리와 의무는 비례한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다.
공과 사를 구분하자. 전지훈련지에서는, 원정지에서는,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는 가급적 일만 하자.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애당초 피하자.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수천만명이 그야말로 매스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누군가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빅 브라더의 시대라고? 위축되지 않아도 좋다. 야구하는 시간 만큼은 야구만 하면 된다.
답답하다고? 선수는 사람 아니냐고? 그럼 이렇게 생각하자. 지금 서 있는 프로야구 스타라는 자리는 누군가에게 평생 딱 한번만이라도 이루고픈 꿈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당신을 보며 꿈꾸고 있는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보다 조금 더 불편해져도 괜찮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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