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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가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직후 새 사령탑을 발표했다. 두산 베어스 이강철 수석코치(52)를 새 감독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한팀의 수석 코치가 연달아 타 팀의 감독으로 가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두산이 능력있는 지도자를 데리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고, 성적이 좋은 두산에 있으면서 주가가 높아졌다고 할 수도 있다.
최근 각팀이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와 함께 가장 육성을 잘하는 팀으로 꼽힌다. 특히 두산은 올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육성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을 배우려는 팀이 늘어나고 있고, 노하우를 가져오기 위해선 내부인을 데려오는 게 가장 좋다. 올해 한화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 감독이 11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서 두산 출신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한 감독이 성공하면서 이 수석코치의 주가가 함께 올라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엔 달랐다. 최근 이 수석코치가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자신이 KT 감독에 내정된 사실을 알리면서 두산 구단이 알게 됐다. 이후 두 구단이 발표 시점을 조율해 외부로 퍼지기 전에 빨리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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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쉬쉬하다 보니, 두산 내부는 어수선했다고 한다. 한 수석코치와 함께 한화로 옮기기로 한 코치 명단도 나돌았다. 어정쩡한 동거가 한국시리즈 내내 이어졌다. 선수들 사이에선 차라리 빨리 발표를 하고 속시원하게 야구를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이 수석코치는 두산에 해가 되지 않기 위해 KT 감독으로 내정된 사실을 김 감독에게 알렸고, 빠르게 발표가 이뤄졌다.
이 수석코치는 두산을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고 한국시리즈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함께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가겠다고 했다. 오히려 이 수석코치로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단이 편한 마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