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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타' 넥센 샌즈, 대체 선수 성공 사례 될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8-26 08:56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1사 1루 넥센 샌즈가 중견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8.16/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거라 할 수 있죠."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제리 샌즈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샌즈는 지난 7일 넥센이 영입한 새 외국인 타자다. 지난해부터 2시즌 동안 마이클 초이스와 함께 했던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 교체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 초이스는 지난해 연봉 대비 활약도가 나쁘지 않은 선수로 재계약을 했지만, 올 시즌 그가 보여준 활약도는 리그 2년차라 보기 어려웠다. 특히 코칭스태프의 조언이 잘 통하지 않는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남겨 결국 작별 인사를 했다.

'속전속결'로 대체 선수를 찾아낸 넥센은 샌즈를 영입했다. 남은 시즌 연봉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외국인 선수에게는 무척 적은 금액이지만, 시즌이 ⅔ 이상 지난 것을 감안하면 넥센에게는 큰 도박이다. 하지만 넥센은 팀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고, '한 방'을 갖춘 샌즈와 계약했다. 외국인 타자가 '조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발표 후 며칠이 흐른 11일 한국에 입국한 샌즈는 다음날인 12일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선수단과 첫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취업 비자 발급을 위해 일본에 다녀왔고, 정신 없이 며칠이 흘렀다. 그리고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1군에 처음 등록돼 새 동료들과 훈련을 마쳤다. 하지만 등록 당일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다. 장정석 감독은 "아직 시차 적응도 안됐고, 환경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텐데 무리해서 당장 뛰게 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그리고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8회초 1사 1루에 대타로 나선 샌즈는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리그가 중단됐다. 샌즈는 리그 중단전 마지막 경기에서 살짝 '맛만 보고' 휴식기를 맞이했다.

어떻게 보면 행운이다. 보통 시즌 도중 대체 선수로 계약을 맺는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적응 시간이 부족하다. 시즌을 앞두고 계약을 하면 스프링캠프 훈련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실전 감각을 키우고, 한국야구나 문화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러나 시즌 도중에는 그럴 여유 자체가 없다. 팀도 급박한 상황에서 대체 선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당장 경기를 뛰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결국 선수는 계약을 마치고 부랴부랴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2~3일내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후 돌아와 곧바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투입된다. 원 소속 리그에서 경기를 뛰다 왔다고는 해도 며칠 사이에 모든 환경이 바뀌었는데 단숨에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찌보면 무모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샌즈는 휴식기 동안 충분한 적응 시간을 갖게 됐다. 현재 샌즈는 중단 직후인 17일부터 꾸준히 퓨처스리그 경기를 뛰고있다. 한국 투수들의 공을 익히고, 다른 환경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장정석 감독은 1군 선수들에게 17일부터 3일간 휴식을 줬지만, 샌즈에게는 당연히 예외다. 그래도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새로운 리그에서 경기를 뛰며 분위기 적응을 한다는 자체로 도움이 될 것이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꾸준히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샌즈는 지난 25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첫 2루타 포함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18타수 5안타 타율 2할7푼8리의 성적을 내고있다. 투수들의 타이밍에 맞추는 연습을 하고 있어 타율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장타가 나올 수록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넥센은 샌즈를 1루수 겸 외야수로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8월들어 연승 흐름을 타며 이제는 4위를 넘어 3위까지 넘보는 팀이 된 만큼, 9월초 리그 재개 이후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 샌즈의 활약이 필요한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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