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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조원우 감독은 왜 퇴장을 자처했을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8-05 00:34 | 최종수정 2018-08-05 07:59


◇조원우 롯데 감독이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3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이뤄진 타격 뒤 요청한 비디오판독 후 심판진에게 어필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4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와 2-2로 맞서던 3회초 1사 만루. 롯데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가 삼성 김헌곤에게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유격수 문규현이 던진 공을 잡은 앤디 번즈가 2루 태그 아웃 후 1루로 공을 뿌렸고, 1루수 채태인이 왼발을 1루에 걸친 채 벌려 공을 잡아냈다. 하지만 1루심은 김헌곤의 세이프를 선언했고, 더블플레이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심판진은 원심 유지를 선언했다.

그런데 비디오판독 결과를 본 조 감독이 더그아웃을 나와 주심에게 다가갔다. 상기된 표정으로 걸어나온 조 감독은 심판진에게 판정 문제를 따졌고, 결국 퇴장 명령을 받았다. 2018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판독 11항 '비디오판독 신청 및 결과는 최종적'의 2목에는 '비디오판독이 실시되면 선수단 및 양 구단의 관계자는 더이상 심판팀장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판정이 끝난 상황에서 어필을 하게 되면 퇴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은 롯데에게 중요한 승부였다. 4연승을 달리다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연패를 당했다. 지난 2일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승리로 롯데는 8위 자리를 유지했다. 5위 넥센과 3경기차, 롯데에겐 똑같이 중위권 경쟁 진입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에서의 1승이 '2년 연속 가을야구행'의 단초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승부였다.

롯데는 올 시즌 유독 삼성에 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전적이 2승10패였다. 피스윕(3연전 전패)이 2차례였고, 10패 중 역전패가 6경기에 달했다. '영남 라이벌'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져 자존심에 상처가 꽤 컸다. 삼성만은 잡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지가 상당했다. 1회말 역전에 성공하고도 동점을 내준데 이어 역전 위기에 내몰린 이날 삼성전에서의 위기의식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비디오판독 상황에서 롯데 선수들 대부분이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는 부분. 어수선한 분위기가 또다른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상황에서 조 감독이 나섰고 결국 퇴장을 당했다.

조 감독은 과묵한 편이다. 감정 표현이 적고 진지한 스타일이다. 때로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 하지만 경기를 복기하는 모습이나 팀 흐름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 묻어나는 승부욕 만큼은 상당했다. 올 시즌에도 팀 흐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은게 지도자 마음"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모습이 더러 있었다. 삼성전에서의 조 감독 퇴장은 의외였지만 그간의 성향이나 팀 흐름, 이날 승부 분위기를 봤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롯데는 7회말 터진 손아섭의 결승 2루타와 마무리 손승락의 호투를 앞세워 5대4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조 감독의 퇴장이 이날 승부를 잡은 숨은 힘이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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