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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와 2-2로 맞서던 3회초 1사 만루. 롯데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가 삼성 김헌곤에게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유격수 문규현이 던진 공을 잡은 앤디 번즈가 2루 태그 아웃 후 1루로 공을 뿌렸고, 1루수 채태인이 왼발을 1루에 걸친 채 벌려 공을 잡아냈다. 하지만 1루심은 김헌곤의 세이프를 선언했고, 더블플레이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심판진은 원심 유지를 선언했다.
이날 삼성전은 롯데에게 중요한 승부였다. 4연승을 달리다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연패를 당했다. 지난 2일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승리로 롯데는 8위 자리를 유지했다. 5위 넥센과 3경기차, 롯데에겐 똑같이 중위권 경쟁 진입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에서의 1승이 '2년 연속 가을야구행'의 단초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승부였다.
롯데는 올 시즌 유독 삼성에 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전적이 2승10패였다. 피스윕(3연전 전패)이 2차례였고, 10패 중 역전패가 6경기에 달했다. '영남 라이벌'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져 자존심에 상처가 꽤 컸다. 삼성만은 잡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지가 상당했다. 1회말 역전에 성공하고도 동점을 내준데 이어 역전 위기에 내몰린 이날 삼성전에서의 위기의식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비디오판독 상황에서 롯데 선수들 대부분이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는 부분. 어수선한 분위기가 또다른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상황에서 조 감독이 나섰고 결국 퇴장을 당했다.
조 감독은 과묵한 편이다. 감정 표현이 적고 진지한 스타일이다. 때로는 '재미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 하지만 경기를 복기하는 모습이나 팀 흐름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 묻어나는 승부욕 만큼은 상당했다. 올 시즌에도 팀 흐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은게 지도자 마음"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모습이 더러 있었다. 삼성전에서의 조 감독 퇴장은 의외였지만 그간의 성향이나 팀 흐름, 이날 승부 분위기를 봤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롯데는 7회말 터진 손아섭의 결승 2루타와 마무리 손승락의 호투를 앞세워 5대4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조 감독의 퇴장이 이날 승부를 잡은 숨은 힘이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