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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늪에 빠진 차우찬, 아픈 걸 숨길 필요는 없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05 06:05


2018 KBO리그 SK와 LG의 경기가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실점을 허용한 LG 차우찬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04/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의 일이다. 대표팀 외야수로 선발된 KIA 타이거즈 나지완은 인터뷰 한번 잘못 했다가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다. 나지완은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사실은 팔꿈치가 너무 아픈 데도 참고 뛰었다. 시즌 후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식의 말을 했다. 당시 기자는 바로 그 현장에 있었다. 물론 당시 나지완은 그저 순수하게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아픈 것도 참아가며 한국의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정도의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 인터뷰를 접한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정작 그렇게 말한 나지완이 대표팀에서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은 '나지완이 부상을 숨기고 대표팀에 합류해 금메달 획득에 무임승차해 군 면제를 받았다'는 며 비난을 쏟아냈다. 사실 나지완이 금메달 획득을 위해 일부러 부상 사실을 숨긴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최상의 전력을 꾸려야 하는 대표팀에 100%의 몸상태가 아닌 선수가 참가해 메리트를 얻었다는 건 대중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지완은 생각이 짧았다.

그런데 자칫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까 우려된다. 대표팀의 좌완 선발 요원으로 낙점된 LG 트윈스 차우찬이 계속 부진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시적 기량 저하나 컨디션 난조 때문이라면 대중도 이해할 수 있다. 대표팀 최종엔트리 선발 시점에 기량이 좋았다가 나중에 슬럼프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나 선수 모두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8 KBO리그 SK와 LG의 경기가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실점을 허용한 LG 차우찬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04/
하지만 부진의 원인이 부상 때문이고, 이걸 애써 감추려 한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건 대중을 기만하고, 대표팀 전력에 누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차우찬의 부진이 단순한 슬럼프 때문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알게 됐다. 차우찬은 아파서 제대로 던질 수 없는 상태다. 열흘 간의 휴식을 통해 몸상태를 정상화 시키려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는 게 4일 잠실 SK전에 드러났다.

차우찬이 아프다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소속팀 류중일 감독이 먼저 밝혔다. 류 감독은 지난 7월25일 "차우찬과 면담을 했는데, 왼쪽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 통증이 있다고 하더라.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까지는 참고 던지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면서 "일단 열흘 후인 8월 4일 돌아올 수 있는데, 그때까지 별 이상이 없으면 아시안게임 전까지 두 번은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속된 부진의 원인이 고관절 부상 때문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차우찬은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채 부상 회복에 매달렸다. 그리고 열흘 후인 4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4이닝 7안타(1홈런) 4볼넷으로 8실점하며 처참히 무너졌다. 차우찬의 상태가 열흘 정도의 휴식으로는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만 입증한 결과다. 부상의 여파가 결코 가볍지 않은 듯 하다.

이런 상태라면 차우찬이나 LG가 먼저 솔직하게 선언하는 게 낫지 않을까. 대표팀 소집일(18일)이 채 2주도 남지 않았다. 현재 직구 평균구속이 140㎞에도 못 미치는 차우찬이 향후 2주 동안 최상의 몸상태를 회복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그리고 몸이 낫지 않은 차우찬이 대표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나마 부상 때문이라면 대표팀 엔트리를 교체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다. 차라리 지금은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게 국위선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늦으면 엔트리 교체도 불가능해 진다.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굳이 그걸 숨길 필요도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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