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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장원준, 불펜 전환이 해결책일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7-25 07:19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1,2루 SK 한동민 타석때 두산 장원준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7.24/

볼넷을 허용하고 터벅터벅 마운드를 걸어내려가는 장원준의 얼굴에는 답답함이 잔뜩 묻어났다.

두산 베어스 좌완투수 장원준은 2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불펜 투수 장원준은 실로 낯선 그림이다. 실제로 그는 데뷔 이후 줄곧 선발 투수로만 뛰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 1차지명 고졸 신인으로 데뷔한 장원준은 첫해 5월부터 선발 기회를 받았다. 신인 시절에는 컨디션이나 팀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가기도 했지만, 대체로 선발투수였다. 2006시즌 이후로 그가 등판한 298경기 중 불펜으로 나선 경기는 7경기 뿐이었다. 2015년 두산으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한 이후로도 모두 선발로 뛰었다.

그랬던 장원준이 보직 전환을 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원준은 올 시즌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선발로 나선 14경기에서 3승6패, 평균자책점 10.48에 그쳤다.

지쳐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부진이다. 장원준은 선발투수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누적된 피로를 가지고있다. 특히 두산 이적 이후에는 매 시즌 '커리어 하이'를 작성하면서 팀내 장원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또 두산에서는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과 대표팀 차출 등 비시즌 투구도 꾸준히 이어졌다. 타팀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나가지 못할 때도, 장원준은 언제나 선발 후보 1순위였다.

그래서 김태형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장원준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 몸을 충분히 회복하고, 투구를 천천히 시작할 계획까지 세워봤었지만 올해 개막 일정이 당겨지면서 결국 평소와 다름 없이 준비를 했다.

선수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부상이야 있지만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원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답답하다. 코치들도 장원준을 돕고 있지만, 구속과 구위가 살아나지 않고있다.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이 투수코치에게 패전 처리도 괜찮으니 불펜으로 뛰겠다고 했다더라"며 "몸 컨디션도 좋은 편은 아니고, 공 회전수나 각도가 예전 같지 않다. 멘털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불펜에서 잘 던지면 느낌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보직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장원준은 이대로라면 9년 연속 10승, 12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 투구, 11년 연속 100탈삼진 등 다양한 기록을 놓칠 위기에 놓여있다. 당분간 불펜으로 나온다면 더더욱 기록을 세우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지금 기록이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절박하게 부진 탈출을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장원준이 25일 SK전에서 불펜으로 나선 것은 롯데 시절이었던 2011년 9월 30일 부산 두산전(7⅓이닝 무실점) 이후 2489일만이다. 2011시즌에는 선발로 풀타임을 뛰었기 때문에 순수 구원 등판으로 따지면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2007년 9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⅓이닝 무실점)이다.


오랜만에 구원 등판에 나선 장원준은 한 타자를 상대해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내주고 결국 다시 내려왔다. SK가 1-2로 막 재역전에 성공한, 1사 1,2루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답답함만 더욱 커졌다. 불펜 등판은 그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늪에 빠진 장원준과 그를 지켜보는 두산은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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