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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NC 다이노스가 시즌 초반 이토록 부진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동안 누적된 약점들이 터진 것이다.
재비어 스크럭스, 박민우, 나성범 등 주축 타자들의 컨디션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고민일 수 있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결국 마운드다. 연패를 끊은 25일 삼성전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선발로 나선 로건 베렛이 7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주자 타자들에게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선취점을 내지는 못했지만, 경기 중반 찬스 상황에서 꼬박꼬박 점수를 만들었다. 또 베렛이 혼자서 7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에 불펜에도 한층 여유가 생겼다. 강윤구-이민호-배재환으로 이어지는 투수 3명이 2이닝을 분담해 부담 없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다. 하지만 그동안 NC는 선발 야구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늘 외국인 투수들은 잘 뽑아왔다.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뛴 에릭 해커를 비롯해 제프 맨쉽, 재크 스튜어트, 찰리 쉬렉 등 모두 평균 이상의 몫을 해준 선수들이다. 올 시즌에는 왕웨이중이 5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했지만, 그외 선발 투수들이 기대 이하의 활약을 하면서 전체적인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베렛도 삼성전 이전까지 퀄리티스타트가 한차례도 없었고, 이재학 최금강 구창모 등 국내 선발들이 합작한 선발승이 단 2승 뿐이다.
NC 역시 궁극적으로 선발야구를 해야한다는 것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동안은 워낙 불펜진이 좋고, 강한 타선 덕분에 국내 선발들이 주춤해도 밀어부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더 느린 호흡으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