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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구속은 공식 통계 항목이 아니다. 구단별로 스피드건에 차이가 있고, 바람과 날씨 등 외부 변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SK 와이번스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와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이 150㎞를 훨씬 웃도는 강속구를 뿌렸다는 것이다. 산체스는 지난달 27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직구 구속이 최고 154㎞까지 나왔다. SK는 당시 "평균 150㎞에 공끝이 요미우리 타자들을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시범경기까지도 한참 남은 시점서 정규시즌에 버금가는 스피드를 자랑한 셈이다. SK는 지난해 12월 산체스와의 계약을 발표할 때 "최고 158㎞, 평균 148~155㎞의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이며,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도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상대 타자들이 체감하는 구속이 실제보다 더 빠른 스타일"이라고 자랑했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실전 마운드에서 벌써 강력한 직구를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산체스는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평균 96.1마일(154.6㎞)의 직구 구속을 나타냈다. 커터의 스피드도 91.4마일(147㎞)까지 나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이번 전지훈련 구속을 종합하면 시즌 개막 즈음에는 150㎞대 중반을 꾸준히 찍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사로서는 KBO리그 입성 이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만난 셈이다.
김광현도 전훈 연습경기서 최고 152㎞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경기에서 2이닝 동안 2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하는 동안 최고 152㎞, 평균 148㎞의 직구를 뽐냈다. 구속이 더 올라갈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으나 김광현은 "구속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고, 시즌 중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 같다"고 했다. 즉 현재 구속에 만족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광현은 지난해 1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년간 재활에 매달렸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으면 구속이 증가하는 사례가 꽤 있는데, 김광현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무래도 새로운 인대를 보강한 만큼 부상에 대한 염려를 접고 자신있게 공을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의 말대로 구속이 투수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소사를 에이스로 거느리게 된 류중일 감독은 "소사는 10승을 보장할 수 있지만, 꾸준히 가면 승수를 더 올릴 수 있다"면서 "승률이 50% 밖에 안되는게 아쉬운데, 소사의 승수가 올라가면 팀 승수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운영의 기복을 줄이라는 주문, 제구력 안정을 강조한 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