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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터와 양현종의 다른 행보, 어떻게 봐야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3-01 10:22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역투하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 스포츠조선 DB

프로야구에서 '에이스'라는 명칭은 한 팀에서 오직 한 명에게 허락되는 수식어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에는 이렇게 부를 수 있는 투수가 두 명이나 있다. 지난해 나란히 20승을 올린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다. 투수들의 꿈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20승'을 서로 달성했으니 둘 다 에이스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이들의 스프링캠프 행보는 사뭇 다르다. 헥터는 이번 캠프에서 조심스레 몸을 만들고 있다. 다른 투수들에 비해 템포를 일부러 늦추는 분위기다. 불펜 투구 시작도 그렇고, 특히나 연습경기도 5일 삼성전에 딱 한 번만 나온다. 이에 반해 양현종은 매우 의욕적으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연습경기도 지난 2월23일 요코하마전에 이어 2일 한화 이글스전에 나온다. 한껏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물론 이같은 준비 루틴은 각자 몸상태에 맞춰 철저히 계산된 스케줄이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최근 몇 년간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영향이 나타날 지 주목된다. 헥터가 템포를 늦추는 이유는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년간 매해 200이닝을 넘겼다. 2016년에 31경기에서 206⅔이닝을 던졌고, 작년에는 30경기에서 201⅔이닝을 소화했다. 내친 김에 헥터는 3년 연속 200이닝을 노리고 있다. KIA에서 3년차를 맞아 완전한 팀의 일원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목표를 위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최대한 몸 상태를 완벽하게 맞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역투하는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 스포츠조선 DB
양현종 역시 헥터 못지 않게 던졌다. 최근 2년간을 보면 각각 200⅓이닝, 193⅓이닝으로 헥터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최근 4년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결코 헥터에 뒤진다고 할 수 없다. 2014년 171⅓이닝, 2015년 184⅓이닝으로 2014~2017, 4년간 평균 187⅓이닝씩 던졌다. 같은 기간에 양현종보다 많이 던진 투수는 없다. 그래서 양현종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양현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한층 더 의욕적이다. 그만큼 어깨 상태가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우려감을 지울 순 없다. 그가 최근 수 년간 철저한 몸 관리와 성실한 훈련, 그리고 안정된 투구 폼을 바탕으로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고 긴 이닝을 소화해왔지만, 과거 어깨 부상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6승을 거둔 뒤 찾아온 부상으로 이후 2년간 고생했던 이력이 있다.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두 투수 모두 풀타임을 건강하게 치르는 것이다. 구위나 타자와의 수싸움 면에서는 모두 리그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다. 이들이 지금 새롭게 준비해야 할 건 없다. 지난해처럼만 하면 된다. 두 에이스가 올해도 지난해의 위용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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