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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연봉조정신청, 안하나 못하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1-28 12:58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 스포츠조선 DB

엄연히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리인데, 아무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안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프로야구 연봉조정신청 제도에 관한 이야기다. 야구규약 제75조 '조정신청' 항목에는 연봉 협상과 관련해 이견 또는 분쟁이 생긴 구단과 선수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권리에 대해 명시돼 있다. 연봉 등에 관한 사항이 합의되지 않은 경우 구단 혹은 선수가 총재에게 신청할 수 있으며, 단 선수의 경우 KBO 소속선수로 만 3년을 경과해야 신청 자격이 부여된다.

조정을 원하는 구단이나 선수는 1월10일 오후 6시까지 원하는 연봉을 기재해 조정 신청서를 총재에게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총재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 조정위원회가 구성되면 선수와 구단은 조정신청 마감일로 부터 5일째에 각자 원하는 연봉을 산출한 근거 자료를 KBO에 제출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자료를 내지 않을 경우 자료를 낸 쪽의 연봉으로 조정된다. 또 구단과 선수 모두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조정신청 취하로 본다.

KBO 역사상 첫 연봉 조정신청은 1984년이었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 강만식과 MBC 청룡 이원국이 조정신청을 했지만, 결국 구단 제시액을 따라야 한다는 조정 결과를 받았다. 이후 34년간 총 97명이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조정위원회에서 양측의 자료를 취합해 판정을 내린 경우는 단 20차례다. 나머지 77번은 신청 이후 구단과 합의를 하면서 조정신청이 취하됐다.

또 20번의 조정위원회 결과에서도 19번은 구단 제시액을 따르라는 판정이 나왔다. 2002년 LG 트윈스 유지현 케이스 때 유일하게 선수 요구액을 따라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역대 첫 선수의 승리 사례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봉조정 신청제도는 최근 들어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2012년 LG 이대형(조정 취소)을 마지막으로 벌써 6년째 신청자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년간 구단과 선수의 연봉 협상이 잡음하나 없이 물 흐르듯 이어졌기 때문일까. 그래서 누구도 불만을 품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 신청이 없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연봉이 삭감되거나 예상보다 적게 인상되는 경우, 어떤 선수든 아쉬움과 의문을 품게 된다. 올해 연봉 재계약 현황만 봐도 충분히 조정을 신청할 만한 케이스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센 서건창이다.

서건창은 2017년에 139경기에 나와 타율 3할3푼2리(전체 10위)에 6홈런 72타점 87득점 15도루를 기록했다. 안타 공동 3위, 타율 10위, 볼넷 6위, 출루율 11위다. 안타와 타율, 볼넷 모두 팀내 1위다. 넥센은 이런 서건창에게 '삭감' 통보를 했다. 그래서 서건창은 2000만원 삭감된 3억8000만원에 2018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구단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9이닝당 레인지팩터 등 세부 기록 지표의 하락 등을 삭감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묵묵히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구단과의 분쟁을 바라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막상 조정신청을 했을 때 제출해야 하는 연봉 조정 자료 준비에 관해서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다수 선수들이 바로 이런 '근거 자료 준비'에 부담을 느끼곤 한다. 이런 업무를 대행하고 선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에이전트가 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주로 FA 협상업무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에이전트 제도가 정착될 때 이런 부분에 관한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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