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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두산 아닌 kt 니퍼트, 최장수-100승 역사 쓴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21:05



kt 위즈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7). 아직은 어색하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니느님' 니퍼트는 기억 저 편으로 떠나보내야 한다.

있을 것 같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니퍼트가 두산을 떠나 kt 유니폼을 입는다. kt는 4일 니퍼트와 총액 100만달러의 계약 조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3일 입국한 니퍼트는 4일 국내 병원 3곳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다. 테스트 결과는 5일 발표될 예정이다. 큰 이상이 없으면 입단 계약이 체결된다.

니퍼트는 두산의 상징과 같은 선수였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해 7년간 94승43패-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통산 94승과 917탈삼진은 역대 외국인 투수 1위 기록이다. 2016시즌에는 다승(22승)과 승률(8할8푼), 평균자책점(2.95) 3관왕에 올랐고,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두산팬들은 그를 '니느님(니퍼트와 하느님 합성)'이라고 불렀다. 동료들도 니퍼트를 외국인 선수로 생각하지 않고, 친형처럼 믿고 따랐다. 니퍼트 또한 두산과 한국을 좋아했다. 직접 운전을 해 출퇴근을 했고, 웬만한 한국말은 다 알아듣는 수준에 다다랐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까지 했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그런 니퍼트에게 이번 겨울은 충격이었다. 올해 한국 나이로 38세. 세월을 거스를 수 없었다. 지난 시즌 14승을 거뒀지만 시즌 중반부터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포스트시즌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시즌 연봉 210만달러. 두산 입장에서는 다시 그에게 고액 연봉을 안길 수 없었다. 협상이 진척되지 못했고, 두산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계약을 마쳤다. 베어스팬들은 니퍼트를 잡지 않은 구단을 성토했다.

다른 팀에 가고싶은데, 찾는 구단이 없었다. 두산의 걱정과 같았다. 많은 나이로 인해 떨어진 구위, 비싼 몸값이 걸림돌이 됐다. 결국 니퍼트쪽에서 결자해지했다. 몸값을 대폭 낮췄다. 이 시점에서 영입 선상에 올려놓은 후보가 떠난 kt와 인연이 닿았다. kt는 니퍼트의 구위, 인성, 리그 적응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사실 니퍼트는 두산 감독 시절 인연이 있는 김진욱 kt 감독에게 일찌감치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이기에 검증된 니퍼트는 나쁠 게 없는 카드였다. 니퍼트는 kt 홈인 수원 인근 경기도 오산에 집이 있다. 여러모로 kt행이 나쁘지 않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게 됐다. 먼저 최장수 외국인 선수 타이틀이다. 한화 이글스에서 7시즌을 뛴 제이 데이비스(1999년부터 2006년까지 활약한 데이비스는 2003년에 자리를 비웠었다)를 넘어 8년 연속으로 KBO리그 마운드에 오른다.


외국인 투수 최초의 100승, 1000탈삼진도 눈앞에 있다. 역대 KBO리그 100승 투수는 29명인데, 외국인 투수는 단 1명도 없었다. KIA 타이거즈와 두산에서 뛴 다니엘 리오스는 90승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넥센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앤디 밴헤켄은 73승을 거뒀는데,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 트윈스 헨리 소사는 59승을 기록중이다. 니퍼트 기록에 한참 못 미친다.

니퍼트는 100승-1000탈삼진에 6승-83탈삼진을 남겨놓고 있다. kt 전력이 두산보다 떨어지고, 잠실구장에 비해 수원 케이티위즈파크가 좁다고 해도, 니퍼트의 실력이라면 기록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큰 부상 변수만 없다면 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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