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홈런포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첫 판을 따냈다.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대3으로 이겼다. 4회초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뽑은 두산은 5회초 1사 2루에서 박건우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이어 4번 김재환의 투런포와 5번 오재일의 솔로포가 연거푸 터져나왔다. KIA는 5회말 버나디나의 3점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더 이상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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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헥터와 두산 니퍼트의 선발 맞대결. 워낙 강력한 구위를 지닌 투수들인 만큼 타자들이 연타를 몰아쳐 득점을 뽑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런 투수들에게는 한 번의 찬스를 공략해 득점을 뽑아내야 한다. 어떤 투수든 실투는 하게 돼 있다. 아주 드물게 나오는 실투를 득점타로 연결하기에 홈런은 최고의 옵션이다.
두산과 KIA, 양팀 모두 이렇게 해서 대량 득점을 뽑았다. 먼저 두산 타선이 불을 뿜었다. 2-0으로 앞선 5회초 1사 1루에 나온 4번타자 김재환이 먼저 꽃망울을 터트린다. 볼카운트 1B2S에서 헥터의 4구째 패스트볼(148㎞)이 높게 들어왔다. 실투였다. 김재환은 이걸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한 방에 2득점. 끝이 아니었다. 이어 나온 오재일마저 1B2S에서 마찬가지로 4구째 147㎞ 몸쪽 속구를 잡아당겨 김재환과 비슷한 코스로 홈런을 날렸다. 두산은 백투백 홈런으로 단숨에 3점을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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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나선 투수들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역시 볼넷 허용이다. 쓸데없이 투구수를 늘어나게 만드는 데다 수비진의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복기할 때 눈여겨 볼 또 하나의 키워드는 볼넷이 불러온 실점이다.
4회초 두산의 선취점 장면. 이전까지 볼넷 하나 없이 잘 던지던 KIA 선발 헥터가 1사 후 두산 4번 김재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더니 5번 오재일에게 역시 연속 볼 4개를 던진다. 무려 8개의 연속 볼. 제구력이 갑자기 흔들렸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주자를 쌓아두면서 길어진 수비 시간은 2루수 안치홍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고 말았다. 양의지의 평범한 땅볼을 2루수 안치홍이 잡지 못하는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결국 1사 만루 위기. 헥터는 박세혁을 삼진 처리했지만, 오재원에게 또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두산 니퍼트도 볼넷이 뼈아팠다. 5-0의 큰 리드를 안고 나온 5회말. 2사 1루에서 김주찬에게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수가 80개 가까이 늘어나면서 니퍼트의 구위에 힘이 떨어지게 됐다. 결국 니퍼트는 버나디나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만다. 김주찬에게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3점까지 내주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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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특히나 지고 있는 팀이라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그냥 보낼 순 없다. 이럴 때 유용한 게 바로 비디오 판독이다. KIA는 비디오 판독 덕분에 추격의 불씨를 당길 수 있었다.
0-5로 크게 뒤진 5회말. 1사 후 9번 김선빈이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나온 1번 이명기가 니퍼트의 초구를 쳤는데 하필 타구는 두산 유격수 류지혁 앞으로 굴러갔다. 전형적인 병살타 코스. 하지만 타구 스피드가 다소 느렸다. 이명기는 1루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전력 질주를 했다. 타구를 잡은 류지혁이 자연스럽게 2루수 오재원에게 토스해 선행주자 김선빈을 잡았다. 오재원도 몸을 재빨리 돌려 1루로 공을 뿌렸다. 이명기의 1루 도착과 엇비슷한 타이밍에 공이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에 들어간다.
이영재 1루심의 처음 판정은 아웃이었다. 하지만 이명기는 자신의 발이 베이스를 먼저 찍었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벤치를 향해 비디오 판독의 손동작을 했다. KIA 김기태 감독도 그와 거의 동시에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 판독 신청 사인을 보냈다. 그 결과 판정이 바뀐다. 단순히 아웃에서 세이프로 바뀐 게 아니다. 끝날 뻔한 공격 이닝이 2사 1루에서 다시 이어지게 됐다.
이렇게 되살린 기회는 결국 2사 1, 2루에서 버나디나의 3점 홈런까지 이어진다. 경기 중반 0-5와 3-5는 차이가 크다. KIA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역전의 꿈을 새로 키우게 됐다. 결과적으로 KIA가 3대5로 패하며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그러나 이 판정 번복이 아니었다면 아예 1점도 못낼 뻔했으니 그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