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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은 제2의 벤자민 주키치가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상대팀 LG쪽에서도 걱정을 했다. 양상문 감독은 "높은 커브볼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면 공략하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양 감독은 이어 "스타일상 좌타자들이 대처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양 감독은 이날 오지환을 제외한 나머지 8명 타자들을 전원 우타자로 배치했다. LG 타자들도 "영상을 봤는데 만만히 볼 투수가 아니다. 타점이 높고, 공끝이 지저분하다고 하더라"라며 경계했다.
롯데의 걱정은 기우였고, LG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애디튼은 낯선 무대 첫 등판임에도 침착하게 LG 타자들을 상대했다. 스카우팅리포트대로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에 그쳤다. 대부분 130km중반대에 형성됐다. 하지만 제구가 완벽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존이 잘 형성됐다. 올해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수혜를 입었다. LG 타자들은 바깥쪽 공을 밀어쳐보기도, 당겨쳐보기도 하는데 생각처럼 쉽게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포수들이 말하는데, 찍히는 구속은 느려도 공끝이 살아있는 유형이라고 하더라. 종속이 어느 정도 빨라 제구만 되면 공략하기 쉬운 공은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볼넷 3개 중 2개는 6회 강판되기 전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 속에 나온 볼넷들이었다. 그 전까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투구 스타일을 종합해보면, 2011시즌부터 3년간 LG에서 뛴 좌완 주키치와 흡사했다. 아예 크로스 스탠스로 세트포지션을 잡는 주키치였는데, 이 점만 빼면 바깥쪽으로 넓게 엎어져 나오는 팔 각도나, 투구시 오른발을 내딛는 지점, 피칭 리듬까지 모두 주키치를 빼닮았다. 주키치도 빠른 공은 아니었지만 커브, 체인지업과 독특한 투구폼으로 상대 타자들 타이밍을 빼았는 유형이었다.
주키치도 LG 입단 당시에는 에이스급 대우를 받지 못했다. 두번째 외국인 투수로 22만달러를 받고 입단했다.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3년간 맹활약했다. 애디튼 역시 시작은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이날 같은 구위를 유지하면 한국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구위보다는 스타일이 독특하기에 상대 눈에 익으면 공략을 당할 수 있다. 또, 퀵모션이 커 빠른 주자가 나갔을 시의 상황도 점검해야 한다. 일단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롯데가 애디튼의 좋은 피칭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