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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우 감독의 파격 실험실. 첫번째 실험은 합격점을 받았다.
조원우 감독은 "오늘 테스트를 해보려고 이런 라인업을 냈다"고 설명했다. 외야 수비가 얼핏 보기에는 다 비슷해 보여도, 익숙치 않은 포지션을 소화하기 쉽지 않다. 특히 손아섭은 아마추어 때부터 좌우 코너 외야만 뛰었던 선수다. 중견수로 나선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시즌 중 발생할 부상 변수나 신진급 선수들의 기회, 라인업 교체 등을 감안해 손아섭과 전준우의 수비 폭이 더 넓어진다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결정했다. 조 감독은 "아무래도 손아섭의 발이 빠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고 했다.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경기 전 만난 손아섭은 "야구 하면서 중견수 수비 자체가 처음이다. 수비 범위가 넓어 는 거니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이어 "코치님이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경험이라 괜찮겠다 싶었다. 아주 나쁘지만 않은 정도라면, 내가 중견수를 보는 것이 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준우도 "중견수에 비해 우익수가 휘는 공이 많이 오지 않겠나"라며 타구 판단 어려움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의 데뷔전은 큰 실수 없이 마무리됐다. 처음 우중간을 향한 타구는 1회말 1번타자 서건창의 안타였지만, 이미 땅볼이었기 때문에 전준우가 후속 처리만 했다.
2회말 손아섭에게 첫 타구가 향했다. 박동원의 타구를 잘 쫓아가 안정적으로 처리했고, 3회 채태인 타구 역시 원래 위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잡았다.
어려운 타구는 3회말. 이택근의 타구가 우중간과 2루수 사이에 높이 떴다. 손아섭과 전준우 모두 달려와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전준우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조원우 감독은 5회초 롯데 공격이 끝난 후 중견수를 나경민으로 교체했다. 시즌 중에도 가동될 수 있는 그림이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