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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이대호가 복귀 첫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이대호의 말대로 지난 5년간 KBO리그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극단적인 타고투저가 리그를 지배하는가 하면, 합의판정 등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새로운 부분이 많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이전 이대호가 뛰던 때와 비교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도 사실이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은 해외에서 돌아온 2012년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을 올리며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냈다. 당시 시즌을 앞두고 이승엽도 "새로운 투수들과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한다"면서 조심스럽게 각오를 나타냈었다. 이승엽은 거의 모든 투수들과 처음 대면하는 상황에서도 컨택트 위주의 배팅으로 3할 타율을 마크했다. 그해 KBO리그는 전체 타율이 2할5푼8리, 평균자책점이 3.82로 투고타저의 시절이었다. 이승엽의 적응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시즌 각 팀 외국인 투수들 중 이대호와 맞대결한 경험이 있는 투수는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가 유일하다. 니퍼트가 한국 무대를 밟은 2011년, 즉 이대호가 해외로 나가기 직전 둘은 3경기에서 11차례 만났다. 이대호가 9타수 4안타 1볼넷 1삼진으로 강했다. 올해도 이대호가 니퍼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머지 외국인 투수 19명은 처음 상대한다. 두산 마이클 보우덴,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 넥센 히어로즈 앤디 밴헤켄,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 LG 트윈스 헨리 소사와 데이비드 허프,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 등은 이미 KBO리그 적응을 마친 에이스급들이며, 새롭게 한국 땅을 밟는 투수들도 이대호에게 생소하기만 하다. 토종 선발로는 두산 베어스 유희관과 장원준, 넥센 히어로즈 신재영, LG 트윈스 류제국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처음 마주하는 투타 대결에서 타자가 불리하다고 한다. 해당 투수의 투구폼, 구종, 스피드에 관해 직접적인 경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타자는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을'의 입장에 선다. 그러나 이대호라면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않다. 상대 투수들 역시 이대호가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이대호는 일본과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며 적응력에 관해서는 달인의 수준에 올랐다는 평이다.
롯데에서 이대호와 10여년간 한솥밥을 먹은 조성환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대호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자기 관리를 잘 해왔다. 큰 일이 없다면 잘 할 것"이라면서 "기술적인 면에서는 대호는 배트스피드가 아니라 밸런스, 타이밍으로 치는 스타일이다. 본인의 감만 유지한다면 상대하는 투수에 대한 어색함을 빨리 없애고 나이에서 오는 체력 부담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 타선에서 이대호를 중심으로 앞뒤 타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조 위원은 "예전에는 이대호와 승부를 안하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좋은 공을 많이 상대했다. 따라서 올해도 앞뒤에서 받쳐주는 타자들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앞뒤 타자들이 허약할 경우 상대는 일단 이대호를 거르고 베이스를 채우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대호와의 정면승부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롯데로서는 이대호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조 위원은 "대호가 작년 미국에서는 타구를 띄우려는 모습이 많았다. 공을 멀리 보내려는 의지가 보였는데, 본인이 올해 홈런수를 늘리는게 보탬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40홈런도 가능하다"며 "팀내 조건이 갖춰지고 본인의 그런 탁월함과 영리함이 나온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