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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승엽(40)을 이겼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34)이 생애 가장 값진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김태균은 늘 이승엽의 그늘 아래 있었다. 총 10번 수상한 이승엽은 KBO리그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1루수로 7번(1997~2003년) 받았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삼성으로 복귀한 뒤로는 지명타자로 3번(2012년, 2014~2015년) 수상했다.
1루와 지명타자. 포지션이 같았던 김태균은 번번이 골든글러브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김태균이 1루수로 수상한 2005년과 2008년에는 이승엽이 일본에서 뛰고 있었다. 이승엽 없는 시대에는 김태균과 이대호가 양분해 상을 나눠 가졌다.
김태균은 올 시즌 144경기 전게임에 출전해 타율 3할6푼5리(529타수 193안타), 23홈런, 136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최다안타, 타점 2위에 랭크됐고, 출루율 1위(0.475)에 올랐다. 상을 타기에 충분한 조건이었으나, 이승엽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가 있었다.
이승엽은 개인 성적 자체는 김태균보다 떨어지지만, 올 시즌 한일 통산 600홈런, 개인 최다 타점 신기록, 최고령(40세20일)-최소시즌(14시즌) 2000안타(역대 8번째) 등 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다른 것을 신경 안 쓰고 내 성적만 놓고 보면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는 김태균이지만 "승엽이형이 받았어도 아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셨기 때문"이라며 선배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다시 한번 최정상을 확인했으나 미련도 있다. 좋지 않았던 팀 성적이다. 한화는 올해 정규 시즌 7위에 그치며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태균의 마음 한쪽이 자꾸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균은 "올해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다. 시즌 마지막에 결과가 안 좋았다. 늘 나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마음먹는데, 그래서 개인 성적은 꾸준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내년에는 꼭 나와 우리 팀이 다 좋고, 마지막에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