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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39)의 은퇴를 바라본 LG 트윈스, 그리고 '적토마' 이병규(42)의 느낌은 어떨까.
홍성흔이 은퇴를 선택하기까지 두산의 태도를 돌이켜보면 명확했다. 선수로 계약할 뜻이 없음을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이렇게 선수에게 구단의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선수도 은퇴든 다른 팀 찾기든 새로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홍성흔이 다른 팀 입단을 타진했는지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현역 연장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에 은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LG는 태도가 다르다. 계속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25일 보류선수 명단에도 포함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병규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했고, 이게 배려라고 했다. 하지만 이게 배려가 되려면, 1%라도 이병규와 선수 계약을 체결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LG는 이병규와 선수 계약을 연장할 마음이 없다. 구단이 먼저 내치는 모양새를 취하기 싫은 게 현재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다.
홍성흔 은퇴 본 이병규 심정 달라질까
이병규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베테랑 선수들을 잘 받아주던 한화 이글스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 전력이 처지는 kt 위즈도 베테랑들의 최종 행선지로 인기가 많았지만, 올해는 베테랑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다. 두 구단 외에 다른 구단에서 이병규를 데려갈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LG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상징성과 높은 연봉 모두 부담스럽다.
물론, 이병규가 크지 않은 가능성을 살릴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프로의 자존심인 연봉을 대폭 낮춘다면 관심을 나타낼 팀이 나올 수도 있다. 그의 올해 연봉은 8억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홍성흔 은퇴에 대한 여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은퇴도 좋은 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홍성흔의 메시지에 그를 비난하던 팬들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아름다운 이별'의 효과를 이병규가 학습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홍성흔이 무리하게 선수 생활 연장을 고집하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남긴 셈이다.
이병규는 홍성흔의 은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