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KBO 포스트시즌 LG와 NC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20일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렸다. 미디어데이가 끝난 후 LG 양상문 감독이 NC 김태군의 뺨을 쓰다듬고 있다. 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20/ |
|
"올해는 전화 안꺼놓습니다."
2년 전 가을입니다. 당시 LG 트윈스는 꼴찌에서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습니다. 4위 LG는 먼저 창원 원정길에 올랐죠. 3위 NC 다이노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차전을 하루 앞둔 날 미디어데이. LG 양상문 감독은 미디어데이 종료 시점에 갑자기 사회자 단상쪽으로 가 예정에 없던 코멘트를 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기간 동안 경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전화 꺼놓겠습니다"였습니다. 감독이 경기에만 집중한다는 건 당연히 반길 일이지만, 그 때는 조금 유별난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양 감독은 2014 시즌 도중 LG 감독으로 부임해 "독한 야구를 하겠다", "선수가 홈런을 치고 와도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 그 사이 다음 작전을 생각하겠다" 등 이색 공약을 많이 내세웠었습니다.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해 그만큼 감독으로서 펼쳐보이고 싶었던 것이 많았을 것이고, 포스트시즌 전화 공약도 그 연장 선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LG는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충분히 성공적인 가을을 보냈습니다. 플레이오프 탈락 확정 후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라는 팻말을 들고 눈물을 글썽이던 양 감독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네요.
그리고 2년이 흘렀습니다. LG는 다시 창원에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준플레이오프가 아닌 플레이오프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2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주축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LG는 젊고 빠르고 생동감 넘치는 팀이 됐습니다. 사퇴 시위에까지 시달리며 뚝심으로 일궈낸 리빌딩이라는 잘 자란 벼를, 이제 가을야구 무대에서 추수할 일이 남았습니다.
팀도 달라졌고, 양 감독도 조금은 달라진 모습입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경기 전 덕아웃에서도 최근에는 한결 여유가 느껴집니다. LG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이 양 감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마산에 오니 2년 전 전화기 일이 생각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에는 전화기 안꺼놓으세요?" 양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안꺼놓습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