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마크, '도시락'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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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화가 도시락은 훈련일 점심 메뉴로 채택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훈련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김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지난해 한화 구단에 처음 부임한 김 감독은 선수들의 실력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틈없이 짜여진 훈련 스케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선수들은 쉴 새없이 움직였다. 동부구장과 시영구장을 오갔고, 메인 그라운드와 보조 그라운드에서 번갈아 뛰었다. 유니폼이 금세 흙투성이가 됐다. '지옥훈련'이었다.
김 감독은 이런 스케줄 아래에서는 한가하게 뷔페식 점심을 먹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포지션별로 훈련과 점심 시간이 제각각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예 도시락을 주문하고 시간이 맞는 선수들이 알아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 물론 도시락을 제공하는 식당측에서 직원이 나와 따뜻한 밥과 우동 또는 라멘 등을 함께 제공해 선수들을 배려했다. 쉽고 간단하게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시락을 선호하는 선수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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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은 왜 사라진 것일까. 한화 관계자는 "도시락이 간편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찬 등이 차가워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뷔페식 메뉴로 바꿔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매니저가 이를 김성근 감독님께 건의했다"면서 "그런데 감독님이 흔쾌히 선수단의 요청을 수락해주셔서 올해부터는 뷔페식 점심을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점심 메뉴를 도시락에서 뷔페식으로 바꾼 것. 단순한 것 같지만, 여러 의미가 담긴 변화다. 김 감독의 스타일이 지난해 이맘때와는 또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비장하면서도 타이트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여러면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물론 훈련량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김 감독과 한화 선수단 사이에는 부드러운 신뢰감이 한층 진해진 듯 하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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