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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부상투혼 비하인드, "진통제, 맞지 않고 먹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0-23 07:13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무사서 NC 김종호를 내야 땅볼 처리한 두산 니퍼트가 포수 양의지를 토닥거리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22.

두산 양의지는 4차전 초미의 관심사였다. 2차전 나성범의 타구를 오른 발등에 맞았다. 엄지발가락 미세골절로 밝혀졌다.

결국 3차전 결장. 그 여파로 1승2패, 두산은 벼랑 끝에 몰렸다.

그는 22일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 출전을 강행했다.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결국 두산은 7대0으로 승리했다. 양의지의 가세로 두산은 확실히 3차전보다 좀 더 중량감 있는 전력을 만들었다.

진통제를 맞진 않았다. 단지, 먹었을 뿐이다. 양의지는 "진통제를 맞진 않았다"고 했다. '그럼 진통제를 맞지 않고 출전을 강행했나'라고 묻자 "맞진 않고 먹었다"고 말하며 좌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사실 많이 아프다. 특히 힘을 주는 순간, 그 고통은 견디기 힘들다. '공수주 중 어떤 동작을 취할 때 가장 아프냐'고 묻자 "다 아프다"고 농담을 했다. 그는 "사실 항상 아프다. 하지만 니퍼트 역시 외국인 선수지만, 3일 휴식 후 등판하는 투혼을 보인다.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유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2회 이종욱의 도루 시도를 저지했다. 사실 송구를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엄지발가락에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극심한 고통이 뒤따른다. '송구에 문제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매우 날카로웠다'고 하자, 양의지는 "올 시즌 던진 송구 중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사실상 초능력이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엄지발가락은 많이 부어있는 상태다. 피멍도 올라오고 있다. 진통제를 먹고 출전한다. 보호 패드를 부착하다가 포기했다. 부어있는 엄지발가락에 패드를 부착한 뒤 야구화 끈을 조이면 발의 압박감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결국 패드는 착용하지 않은 채 야구화 끈을 느슨하게 한 상태에서 출전하고 있다.

더스틴 니퍼트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3일 휴식 후 투구. 니퍼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1회 박민우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모두 강력한 패스트볼이었다. NC 타자들은 집단적으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NC는 4차전에서 니퍼트의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반대로 양의지는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론은 정면승부였다.

양의지는 "의미없는 유인구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카운트가 유리한 상태에서 과감하게 승부에 들어갔다"며 "포수 위치를 5일 휴식 때 약간씩 빠져 앉았다면, 이날은 정면에 앉은 채 포수 미트만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뻗어 탄착점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니퍼트의 공격적 피칭을 유도하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결국 통했다.

실전에 들어간 순간 두려움은 없었다. 사실 주루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다. 2회 무사 1루, 6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병살타의 위험이 있었다. 양의지는 "병살타를 의식하면 꼭 그렇게 된다. 머릿 속에서 지워버린 채 자신감 있게 타석에 들어섰다"고 했다.

포수로서 '신경전'도 잊지 않았다. 3차전 직전 NC 베테랑 이호준은 "양의지가 말로 신경전을 살벌하게 한다. 1차전에는 'NC 타자들이 말이 없네요. 떨고 있는 것 같은데. 형도 그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양의지가 결장한다'는 얘기를 듣자 "최재훈이나 양의지나 별 반 차이 없다"고 말한 직후 "그래도 (양)의지가 있으면 살 떨리지"라고 했다.

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양의지는 "NC 타자들이 니퍼트의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좀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호준이 형에게 '초구에 안 쳐요? 오늘 좀 기다리네요'라고 슬쩍 말을 건네기도 했다"고 웃었다.

양의지는 당연히 5차전도 출전한다. 그는 "여기까지 왔다. 그냥 즐기면 되는 것 같다. 부상도 자연스럽게 잊혀질 것"이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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