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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포수에게 필요한 것은 참 많다. 투수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머리', 타자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재빨리 간파하는 '눈', 흔들리는 야수들을 안정시킬 줄 아는 '가슴', 블로킹 등 순간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몸' 등 알면 알수록 어려운 포지션이다. 여기에 하나 더, '입'도 있다. 상대 타자의 멘탈을 흔들 수만 있다면 포수는 지독한 멘트도 서슴없이 날린다.
양의지는 이번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오른 엄지 발가락 미세 골절을 당하며 남은 시리즈 출전이 불투명하다. 1차전에서 니퍼트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완봉승을 이끄는 등 국가대표 포수다운 활약을 하다가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했다. 어쨌든 그런 양의지가 빠지면서 두산 안방의 무게감이 떨어져 보이는 게 현실. 하지만 최재훈의 입심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최재훈과 89년생 동갑내기인 나성범이 당했다.
최재훈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회말부터 마스크를 썼다. 나성범을 상대한 건 7회말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 친구가 타석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성범아, 너 요즘 타격감이 별로더라. 아니 그런데 누가 너 같이 힘 좋은 타자한테 직구를 던지겠냐. 생각을 해야지." 최재훈은 곧장 직구 사인을 냈다. "아 미안 미안. 친구야. 자 시원하게 한 번 쳐라. 진짜 직구다." 반대로 이번에는 커브였다. 그렇게 최재훈의 훼방 작전은 효과를 본 듯 했고, 나성범은 3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두산 타자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10개 구단 포수 중 유일하게 144경기에 모두 뛴 NC 주전 안방마님 김태군. 두산 어린 선수들은 "사투리를 쓰면서 말을 거는데 정말 살벌할 정도"라고 표현했다. 3루수 허경민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타석에 들어서면서 김태군 선배께 가볍게 인사를 했는데, '이야~허경민 인사도 안 하냐, 많이 컸구나. 이야~ 이제는 인사도 안 하는구나'라고 하시더라. 말려들 것 같아 가만히 있었는데 계속 뒤에서 뭔가 날아온다. 무지하게 세다. 아 힘들다 힘들어." 물론 피해자(?)는 허경민 한 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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