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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 참사를 빚은 두산의 두 가지 문제점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0-20 11:19


그들의 운명은 한 순간에 갈렸다. 폭풍처럼 지나간 8회말. 0-1로 뒤지던 NC 다이노스는 순식간에 2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고, 승리가 눈앞에 보였던 두산 베어스는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어차피 지나간 참사다. 결과만 가지고 지난 일에 대해 비판하는 건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되짚어볼 수는 있다. 이로 인해 향후 또 다른 참사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 8회말. 두산은 두 가지 장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19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1사 3루서 김성욱 타석 때 폭투로 1점을 허용한 두산 함덕주가 마운드에 오른 한용덕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9.
장면 1. 투수 교체 타이밍

이날 두산 선발 장원준은 대단히 영리한 피칭을 했다. 패스트볼과 변화구(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약 4.7대 5.3의 비율로 섞어던지면서 스트라이크존 전범위를 폭넓게 활용했다. NC의 강맹한 타선을 마치 어르고 달래듯 상대했다. 그렇게 7회까지 장원준은 112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장원준의 피칭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장원준이 한계투구수에 도달한 이후였다. 1-0의 리드를 2이닝 동안 지켜야 했다. 장원준 뒤에 누가 나오느냐가 중요했다. 8회말, 두산 벤치는 3년차 좌완 함덕주를 선택했다. 포스트시즌 살얼음판 리드상황에 경험이 적은 어린 투수를 필승조로 내는 선택. 게다가 함덕주는 장원준과 같은 왼손투수다. 두 측면에서 다소 의문이 들지만, 어차피 투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 선택 자체를 비판할 순 없다.

진짜 아쉬움은 함덕주를 낸 뒤였다. 역시나 함덕주는 큰 경기에 대한 긴장을 털어내지 못했다. 선두타자 손시헌에게 좌전안타를 맞더니 후속 지석훈에게 곧바로 좌전 적시 2루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연속 안타로 동점이 됐고, 무사 2루로 득점권에 역전 주자까지 나간 상황이다. 명백히 함덕주는 마운드 위에서 떨고 있었다. 기세등등한 NC 타선을 이겨내기 어려워보였다.

투수를 바꿔야 한다면 이 시점만큼 좋은 때가 없다. 역전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지는 분위기다. 남은 9회초 공격에서 두산 타선이 재역전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두산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됐고, NC는 스퀴즈 작전을 펴 결승점을 뽑았다. 함덕주가 얼마나 마운드 위에서 긴장했는지는 이 스퀴즈 상황에 나온 폭투로 알 수 있다. 3루에서 지석훈이 홈으로 달리자 긴장감에 파묻힌 함덕주는 포수 머리 위로 공을 날려버렸다. 분명 함덕주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벤치가 먼저 움직여줬어야 했다.


19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NC 스튜어트와 두산 장원준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NC 8회 1사 3루에서 김성욱의 스퀴즈번트 시도 때 두산 함덕주의 볼이 빠지며 3루주자 지석훈의 득점을 허용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19
장면 2. 왜 3루를 쉽게 내줬나


수비의 목적은 상대의 출루나 진루를 막아 궁극적으로 실점을 하지 않는데 있다. 그래서 내야 플레이 상황에 수비진은 가능한 선행 주자를 잡으려 한다. 1루 주자보다는 2루 주자, 또 2루 주자 보다는 3루 주자의 득점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비진의 우선 순위는 기본적으로 병살 플레이→선행주자 아웃→타자주자 아웃 순으로 돼 있다. 이를 상황에 맞게 조율한다.

만약 출루를 막지 못하고, 다음 베이스 진루까지 허용했을 때라면 더 상대를 압박해 추가적인 진루를 막아야 한다. 특히 3루는 수비 측면에서 홈베이스 다음으로 열어주면 안되는 장소다. 주자가 3루에 나가면 공격측은 다양한 작전으로 손쉽게 점수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3루 진루를 막으려는 다양한 수비 시프트가 등장한다. '100프로 수비'나 이를 변용한 '75프로', '50프로' 수비도 있다. 2루 주자의 3루행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고안된 움직임이다.

그러나 두산 내야진은 전혀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3루를 열어주고 말았다. 지석훈의 동점 2루타가 나오고 무사 2루가 되자 NC 벤치는 9번 김태군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당연한 선택이다. 경기 막판 역전 점수를 뽑기 위해 하위 타선에게 강공을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번트작전은 쉽게 예상가능하다.

그렇다면 내야진은 번트의 궁극적 목적인 주자의 3루 진루를 막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3루수와 투수, 1루수가 내야로 달려오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유격수는 3루 커버에 들어가는 움직임을 예상했다. 하지만 두산은 너무나 평범한 번트 수비를 했다. 초구에 번트가 나오자 3루수 투수 1루수가 달려들어왔지만, 3루는 텅 비어놨다. 아예 3루행을 저지할 의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NC는 두산의 허술한 내야 대응으로 간단히 역전 점수를 낼 수 있었다. 내야진의 움직임이 세련되지 못한 것을 확인한 순간 이미 스퀴즈 작전 준비를 마친 셈이다. 1사 3루에서 스퀴즈가 나왔고, 여기에 함덕주의 폭투까지 겹쳤다. 두산으로서는 너무나 치명적이고 아쉬웠던 두 가지 장면이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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