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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 롯데 감독자리, 바꾼다고 나아질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0-08 15:07


'독배' 롯데 감독자리, 교체가 최선이었나

이쯤되면 더 이상 롯데 자이언츠 감독직에 대해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장기적인 플랜은 생각하지 않는 구단 프런트의 조급증 아래 놓인 롯데 감독직은 '성배'로 미화할 수 없다. 그냥 겉만 화려하게 치장한 독배에 불과하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9대7로 승리한 후 롯데 이종운 감독이 최준석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16.
롯데가 8일 팀을 맡은 지 채 1년도 안된 이종운 감독을 경질하고, 조원우 SK 와이번스 수석코치를 제1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 관해 "조원우 신임감독이 과거 롯데에서의 코치생활을 비롯 다양한 코치경험을 통해 지도력은 물론 선수단과의 소통 능력을 보였으며, 일체감이 부족한 현재 팀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선수단이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황하게 표현했지만, 결론은 하나다. 이종운 감독은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지 못해 '잘렸'다. 롯데는 올시즌 격심한 성적 등락폭을 그리다가 결국 페넌트레이스를 8위(66승77패1무, 승률 0.462)로 마감했다. 전체 경기수의 증가로 지난해보다 승률(58승67패 0.457)은 5리 올랐지만, 그걸로는 이 전 감독의 임기를 지킬 수 없었다.

부진한 성적을 낸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뽑는 건 구단의 권한이다. 이 자체를 가지고 비판할 순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연 구단이 건강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지니고 있었는 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롯데는 그렇지 못했다. 감독 선임정책이 갈대처럼 흔들렸다.

애초 지난해 10월말 이 전 감독을 선임할 때 그에게 기대한 건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라 '팀의 안정'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이 전 감독을 선임했을 때 이렇게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과 소통을 잘하는 외유내강형 스타일이자 롯데 프랜차이즈 출신으로서 선수들의 성향과 팀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했다." 선임 배경의 그 어디에도 '성적' '목표' '포스트시즌' 등과 같은 구체적 성과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30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KT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SK 김용희 감독이 조원우 코치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8.30.
이는 당시 롯데가 겪고 있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당시 롯데는 전임 사장과 단장 등이 주도한 이른바 'CCTV 사건' 등으로 팀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었다. 임기 말년인 김시진 전 감독은 '레임덕 현상'에 빠져 무기력하기만 했다. 선수단과 프런트가 극단적으로 반목했지만, 중재를 하지 못했고 상황은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결국 롯데는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운 전 감독을 내세웠다. 야구계에서는 대단히 의외의 인사였지만, 젊고 친화력이 있는 이 전 감독이 어쩌면 상처투성이 구단을 잘 보듬어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 당시의 롯데는 이 감독에게 '성적'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사실 프로 감독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이 전 감독을 선임하면서 그에게 부임 첫 해부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달라거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라고 하는 건 과욕이다. 혹시 정말로 이 전 감독에게 부임 첫 해부터 상위권 성적을 기대했다면 그건 롯데 프런트가 냉철한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롯데는 고작 한 시즌을 맡기고 나서 이 전 감독을 경질했다. 구단, 나아가서는 최고 수뇌부의 성급함 때문에 젊은 감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뿌리부터 뽑아버린 것이다. 분명 이 전 감독은 올 시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처음 프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에게 첫 해는 시행착오의 시기일 수 밖에 없다. 남은 임기에서 만회하면 된다.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두고봐야 한다.

그리고 경험이 많든 적든, 한 감독이 새 팀에서 완전히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롯데가 이 전 감독과 애초 3년 계약을 한 것도 최소한 이 정도의 기본은 알았기 때문이다. 3년을 약속했다면 경질 카드는 적어도 2년차에도 실패했을 때 꺼내들어도 된다. 비즈니스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그게 최소한의 예의다.

이제 롯데는 다시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조원우 신임 감독을 택했다. 이번에는 임기를 2년만 줬다. 하지만 지금껏 롯데의 행보로 볼 때 조 신임 감독은 무조건 내년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내년 이맘 때는 새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신세가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 미리 조심해야 한다. 롯데 구단은 과연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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