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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서도, 수비에서도 박헌도(28·넥센)는 옳았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허무한 뜬 공'이라는 표현은 잘못 됐다. 기본적으로 모든 타자는 만루에서 초구를 노린다. 100% 확신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실제로 그 공이 들어온다면 무조건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정답이다. 가뜩이나 김광현이 던진 슬라이더는 높았다. 완벽한 실투였다. 사진에서 보듯 박헌도는 슬라이더를 기다리고 있다가 완벽한 자신의 폼으로 타격을 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약간 느렸다. 생갭다 방망이 안 쪽에 공이 맞았다. 조금만 앞에서 타격이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경기는 1회말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하나 더, 넥센은 이날 전력 분석을 철저히 했다. 초구에 어떤 공이 들어올지, 배팅 찬스에서는 무엇을 노려야 하는지 모든 타자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구종만 들어 있었다. 단순히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참아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김광현이 A에게는 이 공을 던지지만, 너에게는 다른 볼배합을 한다. 이 공을 준비하고 있어라' 따위로 1대1 전력 분석 미팅을 마친 상태였다. 또 김광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는 켈리, 박종훈, 정우람 등이 줄줄이 나온다고 판단해 이들 투수에 대한 분석도 끝냈다.
박헌도는 이에 따라 타자가 안타 혹은 장타를 때릴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이 잡힌 것을 확인한 그가 1루 베이스 부근에서 격하게 아쉬워했던 것도 결과만 빼면 준비 동작에서 모든 것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자' 박헌도의 초구 공략에 무의미한 가정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 그 순간, 전력분석팀, 타격 코치, 선수가 모두 '됐다!'고 느낄만큼 아주 잘 한 타격이었다. 심재학 넥센 코치도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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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도는 1-1이던 5회 2사 3루, 나주환이 방망이를 휘둘렀을 당시 재빠르게 스타트를 끊었다. 무조건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공이 뒤로 빠졌고 2루는 물론 주자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가는 사태의 주범으로 꼽혔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염 감독은 그러나 "박헌도보다는 백업 플레이가 늦은 중견수, 공을 주자 뒤에서 받으려 했던 3루수 잘못이 더 크다. 무사나 1사였다면 박헌도에게 뭐라 할 수 있겠지만 2사였기 때문에 '잡을 수 있다'고 달려든 박헌도에게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반이었다. 스타트를 끊은 뒤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나'는 질문에도 "그럴 수는 있지만 선수가 그렇게 판단해서 끝까지 몸을 날렸으면 선수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이라며 "거리가 멀었을 뿐이다. 이닝이 끝날 수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결국 박헌도는 타석에서도 수비에서도 적극성을 보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당시 TV를 통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지켜본 한 선수도 "단기전은 무조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박헌도는 '나이스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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