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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마무리 윤석민이 없었다면?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9-30 08:40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윤석민이 한화 9회말 2사 1,2루에서 조인성을 내땅 처리하며 5개4 한점차 승리를 지키고 있다. 청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2/

지난 3월 말 시즌 개막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가 윤석민(29)의 보직을 마무리로 결정했을 때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뒷문이 허술한 팀 사정을 감안한 결정이었는데, 선발 활용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당시 KIA의 한 코칭스태프는 "선발로 나가면 30경기 정도 쓸 수 있는데, 마무리를 맡으면 50~60경기 등판이 가능하다. 팀 상황으로 보면 마무리를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계약 지연에 따른 준비 부족과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충분히 던지지 못한 점이 보직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4년-90억원' 최고 몸값을 받는 투수를 마무리로 쓰는 게 합당한가에 의문을 표했다. KIA의 빈약한 공격력을 감안하면 마무리로 나설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전망도 있었다. 한 야구인은 "선발 투수는 혼자서 한 경기 전체를 책임지고 승리를 만들 수 있는데, 마무리 투수는 역할이 한정돼 있다"며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칭스태프가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었지만, 지난 3월 초 윤석민이 팀에 전격 복귀하기 전까지 좌완 심동섭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개막전 직전까지 '소방수 윤석민'을 놓고 고민했다.

보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으나 윤석민 복귀는 KIA 전력에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었다. 수도권 팀의 한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에 "KIA를 최하위권 전력으로 평가하는데, 윤석민 복귀 효과를 간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민을 마무리로 고정시키면서, 최근 몇 년간 타이거즈를 괴롭혔던 치명적인 약점이 개선됐다.

올해 마무리 윤석민이 없었다면? 선발 보직을 맡았다고 해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겠지만, 팀 사정을 감안하면 마무리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수준급 마무리가 없었다면 5위 경쟁에 뛰어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윤석민은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30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평범한 상황에서 나온 가벼운 구원 성공이 아니었다. 5-4로 앞선 7회 2사 1,2루 위기에서 등판해 9회까지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투구수 48개 역투였다. 지난 1998년 임창용 이후 KIA 투수로는 17년 만의 30세이브였다.


2015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1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KIA 마무리 윤석민이 팀 승리를 지켜 낸 후 포수 이성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5.09.10/
물론, 마무리로서 비정상적으로 긴 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막판 윤석민 의존도가 높아진 게 타이거즈의 현실이다. 중간투수진의 '맏형' 최영필이 오른쪽 손목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필승조'의 일원인 김광수가 임시 선발로 나서면서 불펜이 약화돤 상태였다. '필승카드' 윤석민이 긴 이닝을 던져줘야 했다. 매경기가 포스트 시즌같은 벼랑끝 승부에서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올해 윤석민이 7회에 조기 등판한 게 29일 롯데전까지 4번. 불펜 사정이 안 좋을 때마다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윤석민은 29일 경기 후 구단 프런트를 통해 "최근 긴 이닝을 던지는 경기가 늘었는데,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는 이런 윤석민이 고맙다. 김기태 감독은 "길게 던져준 윤석민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시즌 30세이브를 축하했다.

29일 현재 49경기에 등판해 1승6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4. 67⅓이닝을 던지면서 6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다른 팀의 마무리와 마찬가지로 항상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소방수 윤석민'이 2015년 KIA 야구의 키워드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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