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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왜 '임의탈퇴' 방법을 써야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29 14:56


선수들의 신분 관련 문제는 복잡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선후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화와 삼성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1회말 한화 하주석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9.29/
한화 이글스가 시즌 막판 선수 2명을 임의탈퇴로 공시했다. 29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내야수 조정원과 외야수 채기영을 임의탈퇴 공시했다. 이유는 상무에서 제대한 투수 김용주와 내야수 하주석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65명의 정식 선수 엔트리가 가득 차있는 상황에서 제대한 유망주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려면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조정원과 채기영을 임의탈퇴 해 그 자리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조정원과 채기영은 향후 1년간 경기에 뛸 수 없다. 또 다른 팀과 재계약도 불가능하다. 일부 야구팬들은 젊은 두 선수의 창창한 앞길을 가로막은 비정한 결정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과연 사실일까.


한화와 삼성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김용주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용주는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22경기에 나와 8승 2패 2홀드 4.5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9.29/
선후 관계를 잘못 파악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임의탈퇴로 인해 조정원과 채기영이 경찰청 혹은 상무에 입단할 수 없게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두 선수는 상무와 경찰청 입단이 일찌감치 무산됐고, 입대 영장을 받아놨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3년 한화 5순위(전체 41순위)로 입단한 조정원은 이미 지난해에 이어 올해 9월 경찰청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그러나 2년 연속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

경찰청이나 상무는 입단 조건도 까다롭고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드래프트 순위가 높은 유망주들도 탈락할 수 있다. 조정원은 입단 첫 시즌 43경기에 나와 타율 1할9푼1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0경기에서 1할2푼5리에 그쳤다. 경쟁력이 부족했다.

채기영은 선린고를 졸업하고 고양 원더스에서 뛰다 올해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지난 5월10일 1군에 등록돼 총 3경기에 나왔다. 기록이나 성적 면에서 상무나 경찰청 입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이 두 선수는 현역 입대를 해야 한다. 채기영은 12월, 조정원은 내년 2월에 입대한다.

결국 두 선수 모두 향후 2년간 군복무를 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 한화는 물론 다른 어떤 팀에서도 뛸 수 없는 입장이다. 만약 한화가 현행 규정의 틀 안에서 선수 엔트리에 자리를 만들려면 이 두 명을 무조건 자유계약 신분으로 방출하는 수밖에 없는데, 2차 드래프트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 또 웨이버 공시는 이미 기간이 지나 활용할 수조차 없는 방법이다. 설령 웨이버 공시가 가능하다고 해도 향후 2년간 야구를 할 수 없는 선수와 계약할 팀은 상식적으로 없다. 이건 오히려 선수를 허공에 띄워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한화는 '임의탈퇴'를 활용해 엔트리를 비우며 조정원과 채기영에게 군복무를 마친 뒤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다. 편법이다. 그러나 팀과 선수가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편법이다. 팀은 엔트리에 빈자리를 만들어 김용주와 하주석을 활용할 수 있게됐고, 조정원과 채기영도 군복무를 마친 뒤 다시 한화에서 새 기회를 만들어볼 여지가 생겼다.


임의탈퇴는 원래 징계의 방법이다. 그러나 구단들은 간혹 이 방법을 다른 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SK 와이번스는 2월28일 이건욱을, 4월8일 오수호를 각각 임의탈퇴했다. 이들은 유망주였지만, 재활을 진행 중이었다. 1년간 활용할 수 없는 선수들이라고 판단한 SK는 임의탈퇴를 활용해 선수 등록 인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들을 품고 갔다. SK는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임의탈퇴 신분인 이건욱을 데려가 훈련도 시켰다. 선수 엔트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임의탈퇴'를 활용한 사례다. 한화는 2년간 군에 입대하는 조정원과 채기영에게 이 방법을 썼다. 이들은 군복무를 마친 뒤 다시 한화와 계약할 수 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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