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결정적인 볼넷 4개, 핀치에서 공을 던진 한화 불펜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09-17 22:12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배영수와 NC 손민한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한화 배영수가 3회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17

"싸울 준비가 안 된 투수를 썼다가 실패를 하는 건 전적으로 사령탑 잘못이다."

A감독이 몇 달전 한 얘기다. 올 시즌 눈에 띄는 신인 투수가 없다고 하자 "기본적으로 아마 야구에 인재가 부족하다. 선수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며 "그렇다고 그런 투수들을 무작정 1군 무대에 올릴 수는 없다. 타자들과 싸울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통상 베테랑 투수들은 구위가 떨어지지만 경험과 제구력이 있어 1이닝을 맡길 수 있지만 신인들에게는 그 부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몇 경기 얻어 맞기만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투수는 안 좋은 기억만 갖고 야구를 한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선수 한 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NC의 시즌 14번째 맞대결.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NC가 클리닝타임 이전까지 7-3으로 앞서며 11대7 승리를 따냈다. 승부처는 4회였다. 한화의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고, 큰 것 한 방을 얻어맞고는 와르르 무너졌다. 약속이나 한 듯 양 팀 선발은 나란히 조기 강판됐지만, 핀치에 몰린 채 공을 던진 한화 투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멸했다.

한화 선발 배영수는 출발이 좋았다. 1회를 삼자범퇴로 틀어막고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2회 테임즈에게 시즌 42호 홈런을 헌납하더니 3회에는 볼넷 2개로 자초한 2사 1,2루에서 나성범에게 좌중월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3-0, 2사 2루. 여기서 김성근 감독은 배영수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왼손 김범수를 호출해 이호준을 상대하게 했다.

김범수는 천안 북일고 에이스 출신으로 지난해 한화가 신인 1차 지명에서 뽑은 유망주다. 유연한 폼에서 나오는 140㎞ 중반대의 직구가 위력적이라는 평이다. 다만 경험이 많지 않아 시소 게임에서의 경쟁력은 증명된 것이 없다. 이날도 배영수가 내보낸 주자의 득점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3-3으로 동점이 되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는 3회말 김경언이 동점 스리런포를 폭발하며 균형을 맞췄다. 김경언은 2사 1,3루에서 NC 선발 손민한의 초구 포크볼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 4회초. 김범수는 선두 타자 지석훈을 몸쪽 낮은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지만, 후속 김태군-박민우에게는 거푸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어린 투수들이 흔히 보이는,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김 감독은 김종호의 타석 때 박한길로 투수를 교체했다. 김범수보다 고작 1년 먼저 프로에 뛰어든 오른손 투수였다. 하지만 박한길이라고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처음부터 볼만 3개 던지더니 역시 김종호를 볼넷으로 살려줬다.

다음 차례는 이동걸이었다. 제구가 썩 좋지는 않은 우완 투수다. 이동걸은 1사 만루에서 김성욱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허용했다. 테임즈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에는 나성범에게 우중월 싹쓸이 3루타를 맞았다. 7-3.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결론적으로 벌떼 야구의 효과는 없었다. 어린 투수들은 기 싸움에서 밀린 상태로 공을 던졌다. 팀 불펜 사정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승산 없는 카드였다. 한화는 컨디션이 뚝 떨어진 권혁,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간 박정진, 재활군으로 돌아간 윤규진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양 팀의 안타 개수는 같았다. 나란히 10개였다. 하지만 NC가 11개의 4사구를 얻은 반면 한화는 3개였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대전=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