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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팀 내 경쟁, 롯데를 더 강하게 만든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9-09 11:03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SK 켈리와 롯데 린드블럼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롯데 이종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08

팀에 건전한 긴장감이 흐른다는 것, 얼마나 중요할가. 롯데 자이언츠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롯데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8위 내지는 9위로 끝날 것만 같았던 불과 2~3주 전 암울한 팀이 아니다. 9월 들어 6승1무 무패 행진. 8일 SK 와이번스를 물리쳤는데, 5위이던 한화 이글스가 LG 트윈스에 충격의 연장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100일 만에 단독 5위가 됐다.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단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이종운 감독이 시즌 막판 조금씩 감을 잡고 있는 듯 하다. 여러 부분에서 그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안정된 불펜 구축. 이기고 있는 상화에서의 계산이 서니 시즌 초중반 나왔던 어이없는 역전패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야수진 운용이다. 어떤 선수가 나와도 제 역할을 해낸다. 최근 리드오프 손아섭과 중심타선 짐아두치, 최준석의 활약이 부각되는데 사실 롯데가 강해질 수 있었던 건 이 선수들 뿐 아니라 오승택, 문규현, 박종윤 등 하위 타순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준 영향이 컸다.

롯데는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큰 팀이었다. 계속해서 하위권에 처져있던 이 감독도 주전 위주의 선수 기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8월 중순 노선의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주전 유격수 문규현을 대신해 오승택과 김대륙에게 기회를 주던 이 감독은 8월 17일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주전 2루수 정 훈을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당시 정 훈은 공-수 모두에서 매우 부진했다. 그러면서 메시지까지 확실히 전달했다. "선발 제외, 그 의미를 알아야 한다"였다. 정 훈은 이후 몇 경기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일부러 못하는 선수들은 당연히 없지만, 계속 주전으로 나서다보면 긴장감이 풀어지는 선수들은 분명 있다. 정 훈은 이 때 쓰디쓴 약을 먹고 최근 팀 3번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정 훈 뿐 아니다. 1루수 박종윤 역시 잠시 자리를 잃었었다. 문규현을 유격수 자리에 박고, 오승택의 타격을 살려주기 위해 1루로 자리를 옮겨줬다. 그리고 최근 다시 박종윤이 1루로 돌아왔다. 박종윤도 방망이 감이 확실히 살아 올라왔다. 잘해주던 외야수 이우민의 힘이 떨어지자 김문호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타나 그 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이우민이 더욱 긴장의 끈을 당겨야하게 됐다.

과감한 선수 기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프면 쉬어라'이다. 이 감독은 "힘들거나 아프다고 하면 빼주는게 맞다. 그 자리에서 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선수들이 계속 대기중이다. 그런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체력이 떨어지고 컨디션 난조인 포수 강민호와 3루수 황재균이 오래 선발에서 빠지며 쉬었다. 두 사람이 빠진 롯데, 감독 입장에서 상상도 하기 싫은 전력 약화 요소지만 이 감독은 멀리 보기로 했다. 선발 송승준도 마찬가지다. 오른팔이 불편하자 약 1달의 휴식시간을 줬다. 그러니 출전 기회가 소중한 백업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야구를 하며 팀이 더욱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또, 정말 중요한 순간 결국 해줘야하는 주축 선수들이 힘을 모을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일단, 이 감독은 강민호와 황재균을 8일 SK전 하위 타순에 배치하며 선발에 복귀시키는 운영이 묘를 줬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건강한 팀 내 경쟁이 이뤄지고 긴장감이 조성됐을 때 더 강한 팀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롯데의 최근 행보가 이 말을 증명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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