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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김범수, 한화 루키 듀오가 던진 '가능성'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8-30 12:00 | 최종수정 2015-08-30 12:00


루키 듀오가 함께 던진 56개의 공은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지난해 신인 1차 지명에서 한화는 천안 북일고 좌완 에이스 김범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마산 용마고 우완투수 김민우의 이름을 불렀다. 2015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이었다. 한화의 2015 1차 지명과 2차 1번은 이렇게 좌우로 상반된 투수로 결정됐다.

늘 그렇듯이 이들에게는 '아기 독수리' '한화의 미래'라는 뻔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 루키 듀오는 시즌 중반이 넘어서까지 별다른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쟁쟁한 선배 투수들에게 밀려 아예 1군 무대에서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민우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8.29.
신인들이 겪는 흔한 과정이었다.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인들이 입단 첫 해에는 별다른 두각을 보이기 어렵다. 아무리 아마추어 시절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다고 해도 프로 입단 첫 시즌부터 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구자욱(삼성)과 김하성(넥센) 역시 프로에 입단한 지 각각 3년, 2년 된 엄밀히 말해 '중고 신인'이다. 그래서 김민우와 김범수도 당장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어보는 게 맞다.

그런 의미에서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나타난 이들의 합작 피칭은 상당히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김민우는 1-4로 뒤진 6회말에 등판해 8회말 1사까지 2⅓이닝을 던졌다. 안타 4개를 맞았고, 볼넷과 삼진은 1개씩. 그리고 2실점(1자책)했다. 김범수는 1-6으로 벌어진 8회말 1사 1루 때 등판해 정수빈과 장민석을 삼진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이날 두산이 6대1로 승리하면서 9회말 공격이 사라진 탓에 김범수는 더 이상 던지지 못한 채 ⅔이닝 무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역할을 완수했다.

이들이 3이닝에 걸쳐 나눠던진 공은 56개. 김민우가 48개, 김범수가 8개였다. 김민우는 최고 146㎞까지 나온 빠른 공에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섞어던지며 두산 타선과 씩씩하게 맞섰다. 압권은 7회말. 6회를 1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김민우는 7회에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우전안타, 후속 장민석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1, 2루에 몰렸다. 4번 김현수가 1루수 땅볼로 아웃되는 사이 주자는 한 베이스씩 더 진루, 1사 2, 3루가 됐다. 여기서 김민우는 양의지에게 몸 맞는 볼을 던져 1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한화 김범수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8.29.
하지만 김민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최근 좋은 타격감으로 6번 타석까지 상승 배치된 최주환을 상대로 2개의 포크볼을 연달아 던져 결국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이끌어낸 것.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기자 김민우는 마운드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 성취감은 김민우를 강하게 만드는 영양제다.

8회말은 수비 실책 때문에 흔들려 2점을 줬다. 이 역시 김민우에게는 또 다른 교훈이다. 선두타자 로메로에게 안타를 맞은 김민우는 오재일에게 뜬 공을 유도했다. 내야를 약간 벗어나 좌측 외야 앞쪽에 뜬 공. 유격수 강경학이 쫓아갔고,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 이걸 놓쳤다. 결국 이 실책으로 1사 1루가 돼야 할 상황이 무사 1, 2루가 됐다. 당연한 희생번트 타이밍. 결국 1사 2, 3루가 됐고 김민우는 허경민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자책점은 1개로 기록됐다.


수비 실책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실점없이 이닝을 끝냈을 수도, 또 연타를 맞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런 가정이 아니다. 수비진의 실수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관건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배짱과 의지다. 김민우가 허경민에게 적시타를 맞은 건 그런 평정심과 배짱을 유지하지 못해서다. 결과적으로 이 실패는 김민우에게 또 다른 교훈이 돼야 한다.

그렇게 김민우가 한바탕 점수를 내준 뒤 이번에는 김범수가 올라왔다.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운 상황. 이미 주자는 나가있고, 경기의 흐름은 상대쪽으로 크게 쏠렸다. 그러나 김범수는 마치 승부처에 나온 투수처럼 던졌다.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두산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한 것. 8개의 투구수 중에 직구가 6개나 됐다 나머지 2개는 슬라이더. 직구 최고구속은 145㎞까지 나왔는데, 투구수 자체가 많지 않아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김범수가 정면승부로 정수빈과 장민석을 삼진과 외야 뜬공으로 빨리 처리한 점은 주목해야 한다. 경기 상황이 갈린 상황에서의 등판이라도 본능적인 '싸움'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 투구였다. 물론 겨우 2명의 타자를 잘 잡았다고 해서 크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김범수 역시 김민우처럼 아마추어 시절 대성의 자질을 보인 투수다. 게다가 신인이다. 이제 막 20세에 도달한 투수라는 점에서 분명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그래서 김민우와 김범수가 던진 건 56개의 공이 아니라 '가능성'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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