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듀오가 함께 던진 56개의 공은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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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나타난 이들의 합작 피칭은 상당히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김민우는 1-4로 뒤진 6회말에 등판해 8회말 1사까지 2⅓이닝을 던졌다. 안타 4개를 맞았고, 볼넷과 삼진은 1개씩. 그리고 2실점(1자책)했다. 김범수는 1-6으로 벌어진 8회말 1사 1루 때 등판해 정수빈과 장민석을 삼진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이날 두산이 6대1로 승리하면서 9회말 공격이 사라진 탓에 김범수는 더 이상 던지지 못한 채 ⅔이닝 무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역할을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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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은 수비 실책 때문에 흔들려 2점을 줬다. 이 역시 김민우에게는 또 다른 교훈이다. 선두타자 로메로에게 안타를 맞은 김민우는 오재일에게 뜬 공을 유도했다. 내야를 약간 벗어나 좌측 외야 앞쪽에 뜬 공. 유격수 강경학이 쫓아갔고,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 이걸 놓쳤다. 결국 이 실책으로 1사 1루가 돼야 할 상황이 무사 1, 2루가 됐다. 당연한 희생번트 타이밍. 결국 1사 2, 3루가 됐고 김민우는 허경민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자책점은 1개로 기록됐다.
수비 실책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실점없이 이닝을 끝냈을 수도, 또 연타를 맞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런 가정이 아니다. 수비진의 실수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관건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배짱과 의지다. 김민우가 허경민에게 적시타를 맞은 건 그런 평정심과 배짱을 유지하지 못해서다. 결과적으로 이 실패는 김민우에게 또 다른 교훈이 돼야 한다.
그렇게 김민우가 한바탕 점수를 내준 뒤 이번에는 김범수가 올라왔다.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운 상황. 이미 주자는 나가있고, 경기의 흐름은 상대쪽으로 크게 쏠렸다. 그러나 김범수는 마치 승부처에 나온 투수처럼 던졌다.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두산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한 것. 8개의 투구수 중에 직구가 6개나 됐다 나머지 2개는 슬라이더. 직구 최고구속은 145㎞까지 나왔는데, 투구수 자체가 많지 않아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김범수가 정면승부로 정수빈과 장민석을 삼진과 외야 뜬공으로 빨리 처리한 점은 주목해야 한다. 경기 상황이 갈린 상황에서의 등판이라도 본능적인 '싸움'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 투구였다. 물론 겨우 2명의 타자를 잘 잡았다고 해서 크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김범수 역시 김민우처럼 아마추어 시절 대성의 자질을 보인 투수다. 게다가 신인이다. 이제 막 20세에 도달한 투수라는 점에서 분명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그래서 김민우와 김범수가 던진 건 56개의 공이 아니라 '가능성'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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