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메이저리그 내야수 기근현상, 드래프트 풍경도 바꿨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6-09 17:14 | 최종수정 2015-06-09 17:14


최근 수 년간 계속돼 온 미국 메이저리그의 '유격수 기근현상'이 결국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냈다. 신인 드래프트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 1~3순위가 모두 유격수로 뽑혔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심각한 내야수, 특히 유격수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 출시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비교적 쉽게 입단할 수 있던 강력한 배경이다. 이런 현상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사건을 만들어냈다. 신인 드래프트 50년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 1~3순위가 모두 유격수로 선발된 것이다. 사진은 지난 3월4일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하는 강정호.
더네딘(미국 플로리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04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9일(한국시각) 올해 드래프트에서 나온 특이한 현상을 보도했다. "유격수 트리오가 드래프트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알렸다. 지난 1965년에 드래프트가 시작된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유격수가 1~3순위를 독식한 것이다. 사실상 투수를 제외한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이 드래프트 1라운드 1~3순위를 독점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열린 1라운드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선발권을 갖고 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밴더빌트 대학 출신 내야수 댄스비 스완슨을 잡았다. 스윈슨은 밴더빌트 대학팀에서 주로 유격수를 맡으면서 미국대학리그(NCAA) 컬리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낸 기대주다. 이로써 스윈슨은 지난 1974년 브라운 대학 출신의 빌 아몬이후 41년 만에 드래프트 1라운드 1지명으로 뽑힌 유격수로 기록됐다.

그런데 애리조나에 이어 1라운드 2번픽을 갖고 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3순위 콜로라도 로키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유격수를 뽑았다. 휴스턴은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알렉스 브레그먼을 선택했다. 그 역시 소속팀에서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선수. 콜로라도는 특이하게 고졸 선수를 잡았다. 레이크매리 고등학교의 유격수 브렌든 로저스다.

5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처음으로 1라운드 1~3순위가 유격수로 뽑힌 것은 최근 메이저리그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각 팀마다 공수 능력을 겸비한 유격수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데릭 지터나 노마 가르시아파라 등 메이저리그 역사를 장식한 레전드급 유격수의 계보를 잇는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스타는 고사하고 평균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조차 부족한 현실이다.

급기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유격수 보강을 위해 해외 리그에까지 손을 뻗쳤다. 현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주전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강정호의 '메이저리그행' 배경에도 이런 트렌드가 강력하게 반영돼 있었다. 미국 내에서도 강정호처럼 안정된 수비력과 장타력을 지닌 선수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강정호가 순조롭게 '국내 프로리그 출신 메이저리그 진출 야수 1회'의 타이틀을 달 수 있던 이유다.

이런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진 않다. 2015 신인드래프트에서 뽑힌 1라운드 1~3순위 선수들이 빅리그에 언제 자리를 잡게될 지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보통의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단계를 밟아야 한다. 그러다 영영 빅리그 무대에 못 올라온 채 사라질 수도 있다.

어쨌든 메이저리그의 '유격수 기근' 현상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당장 단기간에 해결될 것도 아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KBO리그의 실력있는 내야수, 특히 유격수들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