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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아닌 'box', 하지만 해커의 행동은 과도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5-28 07:13 | 최종수정 2015-05-28 07:41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 NC의 경기에 열렸다. NC 해커가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17.

두산과 NC의 벤치클리어링 장면. 사진제공=NC 다이노스

27일 창원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경기.

벤치 클리어링 충돌의 당사자인 오재원은 NC 선발 에릭 해커와 충돌을 일으켰다. 사태가 진정되고 난 뒤 두산 측은 "오재원이 당시 '해커가 한 말이 욕인지 아닌 지는 모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NC 측은 곧바로 "해커가 오재원에게 한 말은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서라)'였다"고 했다.

일단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7회 오재원이 선두타자로 나섰다. 1B 2S 상황에서 해커는 와인드 업 자세를 갖췄다.

오재원은 갑자기 타임을 요청했고, 주심은 받아들였다. 그러자 해커는 갑자기 포수 위로 공을 던졌다. 타석과 마운드에서 나온 1차 심리적 충돌이다. 해커가 오재원을 도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오재원은 1루수 앞 땅볼을 쳤고,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해커는 오재원을 아웃시킨 뒤 강하게 팀동료에게 공을 뿌렸다. 그리고 오재원을 향해 "get in the box"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오재원은 "What, FXXX?"라고 여러 차례 반문하면서 양팀의 충돌이 시작됐다. 사실 응원함성이 크게 들리는 상황에서 오재원이 잘못 들을 수 있다. 경기 영상의 입모양을 보면, 해커가 여러차례 'get in the box'라고 한 부분이 나온다.

욕은 하지 않았지만, 해커의 행동은 과도했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타석에서 타임 요청은 특히 외국인 투수들에게 민감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가 투구동작을 취한 뒤 나오는 타임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타임으로 인한 급격한 정지동작은 투수들의 부상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석에서 교묘히 투수들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타석의 타임요청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때문에 해커 입장에서는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 오재원의 갑작스러운 타임 요청이 불쾌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뒤 해커의 행동은 부적절했다. 신경질적으로 공을 포수 위로 날려버렸다. 김태군이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부분 역시 두산의 심리를 자극하는 행동이었다. 특히 NC는 7-1로 크게 리드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1루에서 오재원과 동선이 겹쳐진 뒤 해커는 다시 도발하는 멘트를 했다. 욕을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get in the box'라는 말 자체가 정황상 도발적인 멘트였다. 결국 오재원은 격분했고, 해커에게 달려들었다. 양 팀 선수단은 우르르 몰려나왔다.

해커는 2013년부터 NC의 주축투수로 활약했다. 특이한 투구폼과 좋은 경기력으로 NC의 주축 선발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도 10경기 출전, 6승1패 평균 자책점 2.80의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성실한 모습과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경기에 집중하느라 순간적으로 그랬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벤치 클리어링의 빌미를 제공한 행동은 너무 과도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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