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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은범의 끝모를 부진,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26 21:46 | 최종수정 2015-05-27 06:04


도무지 계산이 서질 않는다. 선발로 나섰다하면 초반에 무너지기 일쑤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대부분 '초반 실점→조기 강판→불펜 총동원'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겨도 팀에 피로감이 남고, 패하기라도 하면 데미지가 엄청나게 크다. 이쯤되면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송은범(31)은 한화 이글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가.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20/
송은범이 또 조기에 무너졌다. 이번에도 4회를 버티지 못했다.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올해 6번째 선발 출격.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피칭으로 실망감만 남겼다.

최종 기록은 3이닝 7안타 1볼넷 3삼진 4실점이다. 지난 2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⅔이닝 만에 2안타 2볼넷으로 4실점(2자책)한 뒤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151㎞의 배팅볼?' 미스테리한 부진

경기 초반 송은범의 구위는 매우 뛰어났다. 전광판에 최고구속이 151㎞까지 찍히는 등 이날따라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돋보였다. 여기에 서클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큰 궤적을 그렸다. 1회초 선두타자 신종길과 후속 김민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호투를 예고했다. 비록 2사 후 김주찬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 브렛 필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2회부터 또 갑자기 무너졌다. 선두타자 최희섭의 우전 안타 이후 이범호를 3루수 앞 땅볼로 유도해 병살 플레이를 완성한 것 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2사 후 김원섭에게 우월 2루타, 이홍구에게 우전 적시타를 연속으로 얻어맞아 첫 실점을 했다. 이어 9번 강한울의 기습 번트 안타로 된 2사 1, 2루에서 신종길의 좌전 적시타 때 2루 주자 이홍구가 홈을 밟았다.

다행히 1루 주자였던 강한울이 3루에서 태그 아웃되며 이닝이 종료돼 추가 실점은 막을 수 있었다. 2회말 한화 타선이 1점을 뽑아준 덕분인지 송은범은 3회초에는 안정감을 보였다. 김민우-김주찬-필을 삼자 범퇴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4회초에 악몽이 펼쳐졌다. 선두타자 최희섭과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하며 일이 꼬였다. 이어 무사 1루에서 이범호에게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 좌전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결국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 위로 올라와 송은범을 강판시켰다. 투구수는 64개였다. 이 경기로 인해 송은범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66으로 또 올랐다. 주가라면 모를까.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오를수록 좋지 않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송은범은 국내 토종 선발 투수중 가장 위력적인 직구를 갖고 있다. 이날 최고구속도 151㎞까지 나왔고, 평균 140㎞대 후반을 찍었다. 가볍게 던졌는데도 145~146㎞가 나온다. 이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토종 선발투수는 현재 KBO 리그에 거의 없다.

그러나 구속만으로 KIA 타자들을 꺾을 순 없었다. 변화구로 슬라이더와 서클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구사 빈도도 적었을 뿐더러 제구도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직구 위주의 투구 패턴이 금세 노출됐다. KIA 타자들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송은범의 공을 배팅볼처럼 쉽게 쳐냈다. 아니면 그냥 서서 볼넷을 얻어나갔다.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1, 3루 한화 송은범이 박계현 타석에서 3실점한 가운데 강판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20/
과거의 틀에 갖혀 있는가

한화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와이번스 시절 송은범과 함께 'SK 왕조'를 만들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송은범은 선발과 중간계투, 마무리를 전천후로 오가며 최강의 위력을 과시했다. SK가 2007~2008, 그리고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낼 수 있던 큰 원동력이었다. 송은범 역시 자신을 최고로 이끌어 준 은사 밑에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겠다는 각오를 한 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의 만남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였다. 김성근 감독이야말로 KIA에서 방황하던 송은범을 다시 양지로 끌어올릴 적임자로 손꼽혔다. '송은범 사용법'을 아는 지도자였기 때문. 송은범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훈련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송은범의 현재 부진이 단순히 컨디션 난조나 부상, 또는 구위 자체의 위력 감소로 설명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김 감독을 비롯한 한화 코칭스태프는 하나같이 송은범의 구위는 인정한다. 외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으로 평균 구속이 140㎞대 후반을 찍고, 최고구속이 150㎞를 넘는다는 건 송은범의 몸상태와 구위가 좋다는 걸 입증하는 지표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부진하기만 하다. 부진의 양상도 대부분 비슷하다. 처음 마운드에 올라서는 깜짝 놀랄만한 공을 던진다. 쉽게 삼진 등으로 아웃카운트를 따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허무하게 볼넷을 내주거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정타를 맞고 만다. 마운드 위에서 멋쩍은 듯한 웃음을 지은 뒤 다시 타자와 상대하지만 이번에도 적시타. 그렇게 실점이 쌓이고, 결국 남는 건 '조기 강판' 뿐이다.

결과적으로 송은범 부진의 원인은 결국 피지컬 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마운드 위에서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연의 실력이 뛰어남에도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

SK 시절부터 송은범을 지켜봐 온 한화 김정준 코디네이팅 코치는 "구위로만 따지면 최근 몇 년간을 통틀어 가장 좋은 상태다. 하지만 그 위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왕년의 송은범'에 묻혀있을 수도 있고, 아직 본인의 자신감이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 하다"고 평가했다.

겨우 5할 언저리에서 매일같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화의 입장에서는 송은범을 마냥 기다려주기도 어렵다. 송은범이 과연 '34억 FA'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너무 늦으면 팀도, 본인에게도 큰 상처만 돌아온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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