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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화 신드롬, 김성근 감독이 '한계'에 던지는 메시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5-17 06:08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돌풍은 가히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오죽 하면 '마약 야구'라는 소리를 들을까. 최근 수년간 하위권에 맴돌던 팀이 올 시즌에는 경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펼치고 있으니, 한화 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가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한화가 5-4의 승리를 거둔 가운데 김성근 감독이 모자를 벗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12/
구단도 함박웃음이다. 관중 동원은 물론, 구단 상품 판매 등 수입 증대 효과가 심상치 않다. 특히 흥행 페이스는 놀랍다. 지난해 한 시즌 내내 8차례 매진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에는 16일까지 매진 9회를 기록했다. 홈 20경기만에 지난해 매진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이러한 팬들의 성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한 16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앞서 한화 이글스를 통해 이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SK 감독 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좌절이 '할 수 있구나'로 바뀌어 갔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를 사회에 주는 메시지라고 했다. "0.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마지막까지 달려 드는 것, 그게 지금 한화 야구라고 하는데 있어 느껴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권 혁과 박정진 등 불펜투수들의 잦은 연투, 혹사 논란이 있지만, 김 감독은 '한계'와 이를 극복하는 선수들의 '프로다운 자세'라고 봤다. 그는 "박정진은 지난해만 해도 연투가 되지 않았다. 권 혁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의식이 바뀌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한화가 9-7로 승리를 거둔 가운데 마무리 권혁을 김성근 감독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14/
김 감독은 박정진과 권 혁의 기용을 두고 아쉬웠던 2경기를 언급했다. 9회말 끝내기 실책으로 패배한 지난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박정진을 8회 2사 후 교체한 것, 그리고 연장 11회 끝내기 투런포를 맞고 패한 지난달 1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⅔이닝을 책임진 권 혁을 내리고 송은범을 올렸던 것을 말했다.

두 경기 모두 자신이 투수들의 한계를 설정했다고 돌아봤다. 더 믿고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김 감독은 "박정진과 권 혁은 이제 본인이 '나가겠다'고, '괜찮다'고 말한다. 자신의 한계를 올리고 있다. 그게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선발 안영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을까. 안영명은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2이닝 1실점), 14일 삼성전(1⅓이닝 3실점(2자책))에 이어 17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일주일에 3회나 선발등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12일과 14일 투구수는 39개, 34개로 이틀 합쳐 73개를 던진 안영명은 이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사실 김 감독의 선수 기용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하지만 0.1%의 가능성에 매달려 마지막까지 자신의 한계치를 뛰어넘으려 하는 선수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야구를 보는 팬들에겐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올 시즌 한화 야구는 일종의 사회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이 됐든, 한화 야구는 '이글스라 행복하다'는 한화 팬들과 나머지 야구팬, 그리고 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려 하고 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12일 경기에 이어 이틀만에 선발등판한 한화 안영명이 2회말 1사 1, 2루 구자욱 타석에서 강판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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