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솔직토크]KIA 윤석민 "나는 패전처리 투수 출신이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4-23 09:02


KIA와 넥센의 2015 KBO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9회초 등판한 KIA 윤석민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17/

"나도 패전처리 투수로 시작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윤석민(29)은 지난 1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년 초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는데 계약이 늦어졌다. 충분하게 준비를 하지 못하고 도전에 나섰다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절치부심 고민끝에 지난 3월 타이거즈로 돌아왔다. 김기태 감독은 고질적인 뒷문 문제 해결을 위해 그에게 마무리를 맡았다. 모든 투수가 원하는 게 선발인데, 팀은 마무리를 원했고 윤석민은 이를 수용했다.

타이거즈에 복귀한 후 40여일,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 지 3주가 조금 넘게 지났다. 지금 윤석민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2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윤석민은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못 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상태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앞으로 좋은 선수라는 애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11년 전 프로 데뷔 시즌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개인 욕심? 그럴 나이가 아니다"

선발과 마무리, 두 보직을 놓고 말이 참 많았다. 개막 직전에 마무리로 결정되자 '마운드가 약한 KIA같은 팀에서, 과연 윤석민이 마무리로 던질 일이 많겠는가'라며 물음표를 단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윤석민 개인적으로 보면 마무리보다 선발이 편하다. 그런데 윤석민은 '개인'보다 '팀'을 애기했다. 보직에 대한 불만이 없다는 걸 반복해서 강조했다.

프로 11년차 윤석민은 "개인 성적을 욕심내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중고참으로서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을 좋게 나오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성적을 끌어올려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런 일을 해야할 나이가 됐고, 책임감을 느낄 나이가 됐다. 불만같은 건 정말 없다"고 했다.

선발투수는 몸관리를 단계적으로 해가면서 정해진 경기에 몸을 맞춰, 처음부터 경기를 이끌어가는 매력이 있다. 반면 마무리는 언제던질 지 모르는 상황이 매일 이어진다. 중요한 순간에 나가다보니 긴장감과 압박감이 심하다. 윤석민은 "대부분의 투수가 선발을 선호하는데, 길게 오래 던질 수
KIA 윤석민이 짜릿한 세이브로 홈 팬들에게 첫 승리를 안겼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 리그 개막전 LG와의 경기, 8회초 2사 등판한 윤석민은 첫 타자 정성훈에게 우익선상으로 흐르는 3루타를 허용했고 다음타자 박용택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을 했다. 그러나 윤석민은 다음타자 최승준을 삼진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 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김용의 이병규(9) 양석환 세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2015.03.28/
있고, 로테이션에 맞춰서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야탑고를 졸업한 윤석민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6순위로 지명돼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높은 순위가 아니었다. 입단 후 다양한 보직을 오갔다. 윤석민은 "나는 프로에서 처음부터 인정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패전처리부터 시작해 중간, 선발 과정을 거쳤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마무리를 안 하겠다, 팀이 어려워도 내 몸을 생각해서 마무리는 하기 싫다, 이런 건 프로야구 선수로서 내 신념에 맞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22일 현재 7경기에 나서 4세이브 1패. 실점이 적지 않았다. 깔끔하지 않은 경기도 있었다. 윤석민은 "개인적으로 만족은 못한다. 중요한 건 내가 옛날의 윤석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실패하고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기분이다. 상황이 어떻게 됐든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여유 부리지 않고 준비해 왔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런 마음으로 끝까지 잘 간다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3년 만의 150km, 기대하고 있다"

윤석민은 지난 12일 열린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박한이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9-4, 5점을 앞선 9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지만 등판 기회가 적다보니 호출이 떨어졌다. 하지만 3점 홈런을 내주고 2점차로 쫓겼다. 원하지 않았던 세이브를 기록하게 됐다.

윤석민은 "연패를 끊어 좋은 분위기였다. 경기를 마치고 이동하기 전에 숙소 목욕탕에서 많은 선수들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장난으로 '윤석민 정신차려!'라고 소리를 질렀다. 코치님들도 계셨다. 다들 웃었다"고 홈런을 맞은 날 에피소드
12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과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KIA가 삼성에 9대7로 승리하며 5연패를 탈출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이 삼성 박한이에게 3점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12
를 얘기했다.

2012년까지 매년 시속 150km를 쉽게 던졌다. 그런데 2013년에 147~148km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143~144km에 머물렀다. 스피드 감속의 원인을 몰라 답답했다. 크게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이제 갓 서른인데, 어렸을 때부터 던져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당연한 건가 걱정이 됐다. (올해들어)스피드가 다시 올라와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오랫동안 나를 봐온 코치님, 선수들이 지난 1년간 변한 부분을 캐치해 얘기해 준 게 큰 도움이 됐다. 이대진 홍우태 코치님, 나를 가장 잘 아는 포수 (차)일목이형, (이)성우형, (김)주찬이형, (이)범호형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해준 게 도움이 됐다. 조금씩 바꿔가면서 스피드를 되찾게 된 것 같다. 올해 148km까지 나왔다. 아직도 힘이 있는데 스피드가 덜 나오는 느낌이 있다. 150km를 찍으면 옛날 구위를 찾은 기분이 들 것 같다. 기대하고 있다."

참 알수 없는 게 야구다. 컨디션이 좋았고, 공이 좋았는데 못한 시즌이 있었고,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좋았는데도 성적이 잘 나온 해가 있었디. 윤석민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에 치라고 던져줘도 타자가 실수해 못 칠 때가 있고, 잘 맞은 공이 야수 정면으로 갈 때가 있다"며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못 냈기 때문에 지금 어떤 상태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앞으로 좋은 선수라는 애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동섭이에게 좋은 옷 사주겠다고 약속"

윤석민이 복귀하면서 마무리를 준비했던 심동섭(24)이 개막 직전에 불펜으로 갔다. 가까운 후배의 갑작스런 보직 변경.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윤석민은 "동섭이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부터 마무리 준비를 했을 것이다. 나도 패전처리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더 좋은 보직에 대한 설렘, 기대를 했는데 안 됐을 때의 실망감을 잘 안다. 미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빨리 허탈감을 없애주고 싶어서 '무엇이든 말만 해라. 다 해줄게'라며 많은 얘기를 했다. 밥은 평소에 많이 사주니 좋은 옷을 사주겠다고 했다. 시즌 시작후 시간이 안 났다. 조만간에 사주려고 한다"고 했다.

아직 많은 경기, 이닝을 못 던져 지난 1년 간의 변화를 잘 알기는 어렵다. 잘 했던 선수는 예전처럼 잘 하는 것 같단다. 처음 상대해 본 삼성 구자욱 박해민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KIA와 LG의 2015 KBO 리그 개막전 경기가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8회초 2사 KIA 윤석민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28/
사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타이거즈와 애증이 있었다. 좀 더 일찍 나가고 싶었지만 구단은 허락하지 않았다.

"솔직히 타이거즈에 좋은 기억도 있고 안 좋은 기억도 있었다. 그런데 지나서 생각을 해보니 안 좋았던 기억들이 쓸모없는 개인적인 불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거즈가 뽑아줘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었고, 신인 때부터 1군에 무대 세워주고 키워줬다. 고마운 마음이 있었기에 타이거즈에 가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1군에서 함께한 (양)현종이, (심)동섭이가 가장 반겨준 것 같다."

외국인 투수 조쉬 스틴슨은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 A팀에서 1년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팀에 아시아인이 윤석민 밖에 없었다. 다들 아시아 야구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보고 느낀 걸 말해줬다. 스틴슨은 그때 한국야구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윤석민은 "타이거즈에서 스틴슨과 계약을 고려하면서 나랑 같은 팀에서 뛰었다는 걸 알고 어떤 선수냐고 물어 애기를 해줬다"고 했다.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이 올해 40세이브 쯤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민이 그 정도 성적을 내 준다면 KIA도 순위표 위쪽에 위치해 있을 것 같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