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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블럼으로 본 복잡한 선발투수 교체 변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4-19 09:34


롯데 린드블럼이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말 수비를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쥔 채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린드블럼은 5-1로 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바람에 교체됐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선발투수의 교체 시점, 참으로 결정하기 힘들다.

18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전. 두산은 1-5로 패색이 짙던 9회말 한꺼번에 6점을 뽑아내며 7대5로 역전승을 거뒀다. 최주환이 끝내기 3점포를 터뜨리며 올시즌 가장 뜨거운 드라마를 완성했다. 반대로 롯데는 뼈아픈 패배를 당해 그 후유증이 걱정된다. 논란이 되는 것은 완투를 앞둔 선발투수 린드블럼의 교체 시점. 린드블럼은 8회까지 102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친 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린드블럼이 경기를 마무리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린드블럼은 선두타자 정진호를 7구째만에 볼넷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4점차의 여유있는 리드에 투구수도 109개로 어느정도 한계에 이른 상황. 마운드에 올라간 염종석 투수코치는 린드블럼, 강민호 배터리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는 공을 받아들었다. 이어 올라간 투수는 홍성민. 홍성민이 민병헌을 사구로 내보내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결과론이지만 '정진호 볼넷 후 린드블럼이 한 두 타자 더 상대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롯데가 전날 선발투수 송승준을 바꿀 때는 이와는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송승준은 1회 등판하자마자 난타를 당했다. 11타자를 맞아 6안타와 4사구 3개로 7점을 얻어맞은 뒤 ⅔이닝 만에 강판됐다. 송승준이 국내에 데뷔한 2007년 이후 선발 경기에서 1회를 채우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투구수는 48개. 사실 이날 송승준의 구위와 컨트롤, 공의 스피드는 모두 회복 불능으로 보였다. 반면 린드블럼은 9회에도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뿌렸고, 의욕도 넘쳤다. 하지만 이 감독 입장에서는 5인 로테이션상의 한계투구수에 이르렀다고 보고 4점의 리드면 불펜진이 충분히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선발투수 교체는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구위일 수 밖에 없다. 구위의 판단은 투수코치, 공을 받아준 포수, 투수 본인, 그리고 최종적으로 감독이 한다. 지난 2010년 한국시리즈 때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과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이 부문에 대해 비슷한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선발투수의 한계투구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구위와 제구력을 보면서 결정한다고 했다.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역대 12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때 두산 마야는 1-0으로 앞선 8회초까지 120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마야는 지난해 8월 국내 무대에 데뷔한 이후 단 한 번도 120개를 넘긴 적이 없다. 이미 한계투구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에 1이닝을 남겨놓은 투수를 과감하게 교체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까. 마야는 9회 선두타자 임병욱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이후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물리치며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투구수는 136개.

지난 2007년 6월 1일 삼성 선동열 감독은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6회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벌이던 선발 안지만을 7회 권 혁으로 교체했다. 당시 안지만의 투구수는 77개. 1-0, 한 점차의 긴박한 상황서 최강 불펜진을 거느린 선 감독은 지키는 작전을 선택했다. 결국 삼성은 1대0으로 승리했다. 당시 안지만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임시선발이었다. 투구수에 여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 마야와는 분명 다른 상황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선발투수의 한계투구수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할 때이다. 메이저리그의 철저한 로테이션과 선발투수의 한계투구수 개념이 국내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페넌트레이스 6개월간 피로감을 최소화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로테이션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투구이닝과 투구수를 꼼꼼히 따져야 하니 감독으로서는 신경써야 할 일이 늘어난 셈이다. 감독의 숙명이다. 결과에 비춰 선발 교체가 잘못됐다면 비난은 온통 감독에게 쏟아진다. 그렇다고 '잘 된' 선발 교체를 놓고 칭찬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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