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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승. kt 위즈 선수들은 경기 후 무얼 했을까. 다음날 경기가 있으니 술은 마시지 못하더라도, 조촐한 자축연이라도 열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건 전혀 없었다. 더 안타깝고, 찡했던 것은 숙소에 도착한 선수들이 밥을 먹고 한 일은 훈련이었다. kt는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대4로 신승, 11연패 후 감격의 창단 첫 승을 거뒀다. 그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누구보다 연패 과정 선수들이 마음 고생이 심했다. 첫 승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을 시점인 밤 10시. 선수들은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그리고 숙소 한켠에 모여 방망이를 돌렸다. kt 선수들은 원정경기가 진행되면 경기 후에도 개인 배팅훈련을 하며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를 다져왔다. 한 경기 이겼다고 해서 정신 자세 무장을 풀지 않았다. 이 승리로 끝이 아니기 때문. 선수들은 연승에 대한 파이팅을 외치며 훈련에 열중했다.
단,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경기에 지고 와 방망이를 돌리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침울할 수밖에 없는데 이날만큼은 선수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 훈련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승리에 대한 부담을 떨친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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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kt 창단 첫 승 최고 히어로는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이었다. 옥스프링은 7이닝 동안 무려 121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매경기 선발투수들이 일찍 무너지며 어려움을 겪었던 kt 입장에서는 에이스 옥스프링의 활약이 절대적 승인이었다.
경험많고, 구위도 좋은 옥스프링이지만 당연히 에이스로서 창단 첫 승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나이로 40세가 가까워진 시점 120개가 넘는 공을 뿌리는 것도 무리였다. 하지만 옥스프링은 kt 첫 승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 힘의 배경에는 가족이 있었다. 이날 목동구장에는 옥스프링을 응원하기 위해 아내, 그리고 세 자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옥스프링은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관중석 그물 앞까지 와 자신을 응원해준 가족과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옥스프링은 경기 후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많이 던져도 피곤하지 않았던 이유인 것 같다"라며 밝게 웃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