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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감독에게 첫 승은 큰 의미가 없다. 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4-12 08:42


1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넥센과 KT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에 6대4로 승리하며 창단 첫 승을 거둔 KT 조범현 감독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1.

11연패 후 감격의 창단 첫 승. '상남자'들이 모인 야구단이라지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찔끔 눈물을 흘린 이들도 있지 않을까. 특히, 수장 조범현 감독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11연패 과정에서 엄청난 마음 고생을 하고 비로소 11일 넥센 히어로즈전 승리 후 밝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이 느끼는 기쁨은 잠시 뿐이다. 창단 첫 승은 긴 사막의 여정에서 잠시 만난 오아시스일 뿐. 또다시 목마름의, 고행의 길을 가야한다. 1승만 거두면 다 될 것 같았던 kt인데, 무슨 의미일까.

kt가 천신만고 끝에 첫 승리를 거뒀다. kt는 11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6대4로 승리, 감격을 누렸다.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6-0으로 끝나야할 경기가 9회말 뒤집힐 뻔 했다. 그래도 일단 이겼으니 kt로서는 100% 만족스러운 경기다.

하지만 조 감독은 창단 첫 승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 선수들과 처음으로 나눈 하이파이브의 느낌이 달콤했지만, 이는 잠시일 뿐이다.

조 감독은 연패 과정에서 잠못드는 날이 많았다. 단순히 계속 경기에서 패해서가 아니었다. 미래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연패가 더 이어지는 것도 상관없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kt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해야하는게 시급한 문제였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첫 승을 거둔다고 크게 바뀔게 없었다. 첫 번째 승리든, 두 번째 승리든 승리를 거두는 과정에서 팀이 완성되고 단단해지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소위 말해 '억지'로 거두는 승리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조 감독은 신생팀 kt의 수장이 되고 야심차게 팀을 구성했다. 특히, 수비와 마운드에 신경을 썼다. 9구단 NC 다이노스가 1군 첫 해 수비에서 무너지며 어려움을 겪은 학습효과를 반영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는 이 효과가 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공격에서 너무 힘을 못내자, 강하다는 수비도 줄줄이 무너졌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속수무책. 조 감독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당장 보완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이 보였다. 조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당장 이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가 중요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선수단을 대폭 개편하고 싶다. 하지만 부진한 주전 선수들을 빼고 올릴 선수가 없다.

트레이드를 생각하지만 카드가 맞지 않는다. 주판알은 튕켜보지만, 대부분 팀들이 젊은 투수를 원한다. 아무리 트레이드가 손해보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카드들만 요구한다. 또, 현장과 프런트의 생각도 다르다. 현장에서 OK 사인을 내도, 프런트 입장에서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선수들이 있다.


내년 부족한 포지션 FA 영입을 미리부터 계산해봐도, 구단에서 그 선수들을 영입해줄지 미지수다. 현재 kt 그룹은 야구단에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 막 그룹 구조조정 후폭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승리를 거뒀다. 모두의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조 감독의 향후 팀 구성 계산도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조 감독은 첫 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라는 말을 꺼냈다. 승리의 순간에도 팀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초대 감독 자리다. 내 개인만 생각할 자리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내년, 그리고 내후년 팀이 강해질까 그 생각만 한다. 내 다음 감독님이 온다고 치면 '정말 팀 잘 만들어놓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한다"라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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