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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만이 가능한 노림수, 3B0S와 몸쪽 공[핫포커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4-08 06:38


베테랑 타자들에겐 몸쪽 승부가 곤혹스럽다. 몸의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는 상황. 손목 힘도 예전 같지 않을 때, 몸쪽으로 바짝 붙어 오는 공은 점점 대처하기 힘들어진다.

NC 다이노스의 최고참 이호준(39)도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는 게 힘든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준비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노림수'는 약점마저 장점으로 바꿔놓고 있다.


NC 이호준.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이호준은 지난 5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배영수의 집요한 몸쪽 공략을 이겨내고 쐐기 투런포를 터뜨렸다. 타석에서 그를 움찔하게 만든 몸쪽 위협구가 2개나 날아왔음에도 홈런을 만들어냈다. 2S2B에서 5구째 몸쪽 낮은 코스의 투심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이었다. 머리 위, 몸쪽 바짝 붙는 2개의 공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노려 친 코스는 몸쪽 낮은 코스. 배영수의 집요한 몸쪽 공략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쾌한 장타를 날렸다.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이호준은 또다시 인상 깊은 몸쪽 공 공략을 선보였다. 2-2로 팽팽한 6회초 1사 1,2루. 사실 무사 1,2루 상황에서 5번타자 모창민의 번트 때 3루에서 주자가 잡히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 선발 스틴슨은 제구가 흔들리며 3B0S에 몰렸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 KIA 배터리가 선택한 공은 140㎞짜리 몸쪽 직구. 아무래도 3B0S에선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직구를 던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3B0S 상황에서 하는 타격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볼넷을 골라 걸어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굳이 타격을 해서 출루 확률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아무리 한복판에 들어온다고 해도 항상 안타를 때려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NC 이호준과 김경문 감독.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지난해 3B0S 상황에서 전체 선수들의 타율을 보자. 722타석에서 41타수 23안타로 타율 5할6푼1리다. 볼넷이 680차례, 사구가 한 차례 나왔다. 당연히 볼넷의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타자는 기다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심타자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3B0S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휘둘러 장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사실 많은 야구인들이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편이다. NC 김경문 감독도 마찬가지다. 중심타자의 경우에는 때려서 나가라고 주문한다. 중심타자에겐 웨이팅 사인이 없다.

3B0S에서 적극적인 타격을 한 타자들을 살펴보면 모두 중심타자다. 지난해 기록을 살펴보면, 최형우가 6타수 3안타, 김태균이 4타수 2안타로 3B0S 상황에서 가장 많은 타수를 기록했다. 이호준도 3타수 2안타로 3B0S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3타수를 기록한 선수 중 박한이(3타수 3안타)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올해 3B0S의 경우는 48타석에서 2타수 1안타다. 최형우가 안타를 날렸고, 김태균은 1타수 무안타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호준은 스틴슨의 몸쪽 직구를 제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바로 앞에 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그의 노림수가 정확히 성공하는 모습. 3B0S에서 상대가 선택한 직구, 그것도 몸쪽 공에 배트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호준은 '게스 히팅'에 능한 선수다. 예측 확률을 높이는 데는 철저한 분석이 밑바탕이 된다. 이호준이 5일과 7일 경기에서 이틀 연속 보여준 장타, 그의 가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경기 후 이호준은 "이제 몸쪽 공은 겁이 안 난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캠프 때부터 몸쪽 공을 치는 훈련만 했다.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 건 원래 자신 있었는데 몸쪽 공에 외야 뜬공이 나와야 하는데 내야 땅볼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몸쪽 공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며, 밀어치려고만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처음엔 안 될 줄 알았다.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 것도 힘들더라. 그런데 이제 몸쪽 공이 가운데로 보인다. 예전에는 우중간 쪽을 봤으면, 이제 좌중간 쪽을 본다. 왼쪽으로 홈런을 치고 싶어 포인트를 앞에 두고 어깨를 닫아놓고 허리를 쓴다"고 덧붙였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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