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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스타, 한화 김경언의 은밀한 매력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4-08 13:04


처음엔 그저 반짝 활약일 줄로만 알았다. 지난해 프로입단 13시즌 만에 처음으로 '3할 타율'을 찍었을 때만 해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이 부각되던 선수로 평가됐다. 그래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예상밖의 FA계약을 맺었을 때도, 그저 'FA 인플레'의 수혜자로만 평가됐다.


1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5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 1루서 한화 김경언이 기습번트를 시도한 후 1루로 뛰어나가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01.
하지만 이런 박한 평가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된 듯 하다. 한화 이글스 김경언(33)은 분명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선수로 봐야 한다. 화려하진 않아도 꾸준하다. 내구성도 강하다. 잔부상없이 꾸준히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다. 수비력이 대단히 뛰어나진 않아도 아직까지는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타석에서 보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스윙이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였다면 이미 한참전에 유니폼을 벗었을 가능성이 큰 선수였다. 2001년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전신)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로 입단한 김경언은 2009년까지 KIA에서 뛰었다. 9시즌 동안 김경언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03년에 125경기에 나서며 타율 2할5푼8리(329타수 85안타) 4홈런 46타점을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활약이었다.

그러다 2010년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당시에도 트레이드의 주역이 아니었다. 장성호를 한화로 보내는 과정에서 3대3 트레이드가 성사됐고, 그 와중에 같이 한화로 팀을 옮기게 됐다. 팀만 옮겼을 뿐 김경언의 위치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백업 외야수 신세. 시즌 평균 80경기 남짓 출전하며 타율은 2할5푼 언저리에 머물던 선수였다.

그러던 김경언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나이 서른이 넘어서부터였다. 2013년 70경기에 나와 타율 2할7푼6리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지난해에는 89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300타수 94안타)에 8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13시즌 만의 최고 성적이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김경언은 소속팀 한화와 3년 총액 8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수 십억 FA들에 비해 소소한 규모다. 그러나 효과만큼은 수 십억원이 넘는 FA들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 초반부터 팀 전력의 핵심으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


2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무사서 한화 김경언이 우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홈에서 이용규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29.
7일 현재 김경언은 한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전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타율 3할5푼7리(28타수 10안타)에 1홈런 3타점을 기록 중. 규정타석을 채운 한화 타자 중에서 타율 2위에 출루율(0.455) 3위다. 주목할만한 점은 장타율(0.500)이 무려 1위라는 점. 올 시즌 2개 밖에 없는 한화의 팀홈런 중에서 1호를 김경언이 날렸다. 정확성에 파워까지 겸비한 것.

이로 인해 김경언은 계속 상위 핵심타선을 맡아 출전하고 있다. 33타석 중에서 1번으로 11타석(타율 0.444), 2번으로는 4타석(타율 0), 3번으로 18타석(타율 0.375)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한화 타선에서 김경언이 어떤 위치에 있는 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사실 이같은 활약은 이미 지난 1월 고치 스프링캠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당시 선수들을 지도하던 김성근 감독(73)은 "자기 만의 타법이 있다. 3할의 감각을 계속 살려 3번을 맡아주면 좋을 것"이라는 평가를 한 바 있다. 김경언은 이후 오키나와 캠프까지 별다른 부상없이 완주하며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김경언은 매우 성실하고 진지한 선수였다.


이런 면모는 그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김경언은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맹활약에 대해서도 "그냥 운이 좀 좋았다. 경기를 좀 더 해봐야하지 않겠나"라며 겸손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스프링캠프 내내 지켜본 김경언은 분명 '노력'과 '실력'으로 지금의 기록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의 활약이 지금의 한화를 버티는 힘인 것은 분명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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