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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희생번트, NC의 저력을 보여주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4-01 21:34



종목을 불문하고, '원 팀(One Team)'은 최근 단체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창단 4년차, 1군 3년차인 NC 다이노스는 이 기준으로 보면 빠르게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다.

NC는 지난해 1군 진입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다크호스로 평가받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성적을 보였다. 여기엔 강한 마운드, 신구 조화가 이뤄진 타선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자리잡은 NC의 팀워크가 컸다.

NC 선수단은 김경문 감독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여기에 감독이 사사건건 말하지 않아도, 고참부터 솔선수범해 자연스레 신인까지 내려오는 분위기가 빠르게 자리잡았다. 1군에 진입한 2013년부터 2년간 주장을 맡았던 이호준의 역할이 컸다. 선수단의 케미스트리가 좋은 팀 중 하나다.

NC는 올해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 1명 추가 보유 등 창단 특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시즌 전 원종현 임창민 등 필승조의 이탈로 자랑이던 불펜이 약해졌다. NC를 5강 후보로 꼽는 이들은 적었다.

하지만 NC는 지난 2년 동안 팀워크를 다져놓았다. 팀을 위해 함께 뛰고 희생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러워졌다. NC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올해도 이러한 저력은 확인되고 있다.

1일 창원 마산구장.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NC는 10대3으로 완승을 거뒀다. 시즌 첫 승이었다. NC는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았다. 0-2로 뒤진 2회말 2사 만루서 이호준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려 동점을 만들었고, 2회에는 지석훈이 역전 솔로홈런을 날리며 친정팀 상대 강점을 이어갔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 NC의 경기에 열렸다. 5회초 2사 만루서 NC 테임즈의 2루타 때 홈에 들어온 김태군이 이호준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17.
NC는 3회 테임즈의 투런홈런으로 5-2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이젠 쐐기점이 필요한 상황. 다음 타자 모창민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무사 2루,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 무난히 추가득점이 예상됐다. 게다가 다음 타자는 이호준이었다.

이호준이면 충분히 안타로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호준은 2구째에 번트를 댔다. 정확히 타구의 스피드를 죽이는 희생번트. 완벽한 번트 타구이기에 놀랍기도 했지만, 타자가 이호준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이호준은 희생타가 통산 36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커리어 초창기에 몰려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희생타는 단 5개. 2011년 3개를 끝으로 희생번트가 없다 지난해 5월 1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3년만에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본인이 해결해도 될 만한 상황. 하지만 이호준은 1사 3루를 만들어 자신의 타점 대신 팀이 추가점 확률을 높여놓고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손시헌 타석 때 상대 포수의 포일이 나와 손쉽게 6점째를 올렸다.

'고참'의 품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호준은 지난해 4번타자 위치에서 희생번트를 대 화제를 모았다. 벤치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 댄 번트였다. 당시 NC는 시즌 첫 3연패의 위기 상황에서 이호준의 번트 이후 박정준의 적시타가 나와 승리할 수 있었다.

이호준이 선수단에 전한 메시지는 강렬했다. 연패 탈출을 위한 최고참의 희생, NC는 그렇게 연패에서 탈출했다. 올해도 개막 2연전에서 연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한 NC는 또 한 번 최고참의 희생으로 첫 승을 안았다. 주장 완장은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그는 팀의 정신적 지주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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