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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불펜, 양과 질에서 차원이 다른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3-31 11:44 | 최종수정 2015-03-31 11:44


SK는 정우람이 가세하면서 불펜진의 깊이가 한층 돋보인다. 정우람은 원래 맡던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삼성 라이온즈를 무너뜨릴 1순위 후보로 꼽힌 SK 와이번스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펜의 '깊이'를 이야기한다.

지난 28~29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SK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원정이었다는 점, 최강팀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첫 날 선발투수 밴와트의 부진, 타선 침묵으로 패했지만, 둘째 날에는 타선의 집중력과 효율적인 마운드 운영으로 승리를 거뒀다.

선발 윤희상이 4⅓이닝 6안타 3실점한 뒤 불펜투수들이 추가실점이 막았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채병용 진해수 문광은 정우람 윤길현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조가 막강 삼성 타선을 상대로 합계 4⅔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김용희 감독이 전지훈련과 시범경기 동안 구상했던 마운드 운용의 정석. 단 한 명도 어긋남이 없었다. 전문가들이 꼽은 SK의 가장 큰 강점이다.

김 감독은 경기후 "윤희상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한 것은 투구수 때문이었다. 원래 80개 정도를 던지기로 하고 올렸다"고 밝혔다. 불펜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무엇보다 정우람의 가세가 김 감독의 불펜 운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우람은 29일 2차전에서 7-3으로 앞선 8회말에 등판해 최형우와 이승엽을 범타로 처리한 뒤 대타 강봉규와 김태완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비록 제구력 부족으로 연속 볼넷을 내줬지만, 삼성이 자랑하는 최형우와 이승엽을 가볍게 처리하며 최강 셋업맨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별 문제가 없으면 셋업맨 정우람-마무리 윤길현 체제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겠다고 이미 발표했었다. 2년간 마운드를 떠나 있던 정우람에 대한 배려이자, 지난해 후반기 처음으로 마무리를 맡은 윤길현에 대한 격려의 의미가 동시에 깔려 있다. 윤길현은 8회말 2사 1,2루서 정우람의 공을 받아 9회까지 1⅓이닝 동안 무안타 2볼넷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여기에 새롭게 필승조로 편입된 문광은이 기대했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줌으로써 SK의 불펜진은 더욱 안정감을 지니게 됐다. 문광은은 6-3으로 앞서 있던 6회말 2사 1루서 진해수의 공을 받아 7회까지 1⅓이닝 동안 5타자를 맞아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문광은은 전지훈련 당시 5선발 후보로 나섰다가 불펜에 어울리겠다는 스태프의 의견에 따라 김 감독이 전격적으로 셋업맨을 맡긴 케이스다. 동의대를 졸업하던 2010년 SK에 입단한 문광은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다.

채병용과 진해수의 존재로 빛을 발했다. 이날 선발 윤희상에 이어 5회 마운드에 오른 채병용은 ⅔이닝, 왼손 원포인트릴리프 진해수도 ⅔이닝을 각각 무실점으로 지켜냈다. 이러한 불펜진의 완벽한 움직임에 삼성 류중일 감독마저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우람이 돌아온 것을 놓고 우리 불펜이 강해졌다고 하는데, 사실 운영하는데 있어 좀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깊이를 삼성과의 경기에서 어느 정도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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