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삼성 라이온즈-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대구구장. SK가 7대3의 승리를 거둔 뒤 SK의 코치들과 프런트가 한 사람에게 "네가 오늘의 MVP야"라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선수가 아니었다. SK의 한상진 전력분석코치였다. 전력분석을 잘해서였을까. 그것은 기본적인 그의 업무. 그게 아닌 배팅볼을 던진 것이 이날의 MVP로 꼽힌 이유였다. 그가 브라운의 만루홈런을 이끌어낸 주인공이었다.
브라운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 코치의 배팅볼을 좋아했다고. 이상하게 그의 배팅볼을 칠 때 밸런스가 잘 잡혔단다.
사실 28일 개막전 때는 한 코치가 감기몸살 증세로 배팅볼을 던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브라운은 4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로 고개를 숙였다.
브라운은 29일 한 코치에게 배팅볼을 요청했고, 한 코치는 브라운의 타격감 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브라운은 한 코치의 배팅볼로 타격 훈련을 한 뒤 만족한 미소를 지었고 그 효과가 1회초에 바로 나왔다.
1회초 1사 만루서 타석에 선 브라운은 삼성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다는 선발 차우찬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날렸다. 자신의 한국 무대 첫 안타를 만루홈런으로 신고한 것. 이는 올시즌 1호 만루홈런이기도 했다. 5회초 세번째 타석에서도 타점을 올렸다. 5-1로 앞선 5회초 1사 2,3루서 풀카운트 승부끝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린 것. 8회초 네번째 타석 때는 무사 1루서 삼성 셋업맨 안지만과 승부해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이날 4번 타석에 들어서 2타수 1안타(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로서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경기후 브라운은 "내가 기다렸던 구종(포크볼)이 제대로된 스윙에 제대로 된 타이밍에 맞아 홈런이 된 것 같다"면서 "5타점을 올린 것은 찬스를 만들어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팀승리에 기여해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SK 김용희 감독은 "아직은 브라운이 제 컨디션이 아니다. 저렇게 헛스윙을 많이 하는 타자가 아니다"라면서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이란 낯선 무대에서 뛰는 것에 긴장한 것이 아니겠나. 한국야구에 적응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코치의 배팅볼 덕분에 만루홈런을 친 브라운이 앞으로 한 코치를 더욱 애타게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투수가 자신에게 맞는 포수를 원하듯 한 코치가 브라운의 스페셜 배팅볼 투수가 될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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