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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외치는 감독님' 장벽 허무는 이종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3-30 06:56 | 최종수정 2015-03-30 06:56


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kt위즈의 개막전 경기가 2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2015시즌 첫경기를 앞둔 롯데 이종운 감독이 선수들의 타격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직=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3.28/

"감독님께서 파이팅을 외치시는데, 선수들이 힘을 안낼라야 안낼 수 없죠."

개막 2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2015 시즌 출발을 힘차게 알린 롯데 자이언츠. 상대가 1군 막내 kt 위즈라고는 하지만, kt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롯데의 2연승 출발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온갖 내홍에 휩싸이며 어지러웠던 롯데가 올시즌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초반 상승 분위기를 타는 것 뿐. 2경기 모두 힘들긴 했지만 어찌됐든 결과가 좋았으니 반전 분위기는 확실히 조성됐다.

2연승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포기하지 않는 게임을 보여줬다. 여러차례 위기 상황서의 집중력도 좋았다. 손아섭, 황재균 등 간판 선수들의 변함없는 활약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까지 가세해 상위 타선의 위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롯데만이 가질 수 있는 숨은 힘이 있다. 바로 이종운 감독의 넘치는 파이팅이다. 감독으로서의 권위를 벗어 던지고 덕아웃에서 선수들과 하나가 돼 호흡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야구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각 팀 덕아웃은 매우 시끄럽다. 쉴 새 없이 동료들에게 기합을 불어넣어주고, 상대의 힘을 빠지게 하는 가벼운 야유도 나온다. 이를 현장에서는 보통 '파이팅'이라는 단어로 사용한다. 고참 선수가 막내급 선수들에게 '자, 파이팅 한 번 가자' 하면 그 막내 선수는 "투수가 겁먹었다. 안타치고 점수내자"라는 식의 메시지를 그라운드로 전달하는 것이다. 공 하나하나 결과에 박수를 치고 쩌렁쩌렁 응원을 보낸다. 대게 각 팀들에는 이 파이팅을 담당하는 주요 선수들이 있다. 롯데를 예로 들면 손용석이 대표 주자다. 또, 고참 선수들보다는 후배 선수들이 목청을 돋우는 경우가 많다.


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kt위즈의 개막전 경기가 2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홈 개막전을 앞두고 롯데의 새 사령탑 이종운 감독이 선수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직=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3.28/
그런데 롯데는 이종운 감독까지 목을 아끼지 않는다. 이 감독은 28일 열린 kt와의 개막전 12대9 역전승 후 목이 쉬어버렸다. 이 감독은 부끄러운 듯 "마음 속으로 파이팅을 계속해서 외쳤는데, 그 마음이 전달됐는지 목이 쉰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보통 감독님들은 조용히 경기만 보시기 마련인데, 우리 감독님은 직접 선수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 주신다"라고 했다. 롯데 간판 강민호는 "개막전 5회초까지 2-8로 밀렸다. 사실 '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덕아웃 전체에 들리게 '져도 좋다. 질 땐 지더라도 1점은 꼭 내보자'라고 큰 소리로 격려를 하셨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열심히 격려를 해주시는데 선수들은 힘이 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렇게 롯데는 5회말 대거 7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강민호는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올시즌 우리 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부터 코치님들까지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라고 강조했다.

5대4 신승을 거둔 29일 kt전도 마찬가지. 이 감독은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잘했다"라는 격려를 큰 목소리로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유격수 문규현은 "사실 지난해 코치님으로 계실 때는 더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셨다. 지금은 감독님이 되셔서 조금 자제하시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감독은 1군 경기가 시작되고 '우리 선수들'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선수들과 하나가 돼 팀 롯데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게 되려면 감독부터 스스로 선수들과의 간격을 좁히고 소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덕아웃에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이 감독의 목소리, 롯데 변신의 시발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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