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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명 만이 차지할 수 있는 프로야구 감독 자리.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각 구단 감독들이 꺼내는 한 마디 한 마디에 팬들은 울고 웃기도 한다. 이런 감독들의 스피치 스타일을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23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2015 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0개 팀 감독들의 10인 10색 개성을 들여다봤다.
신흥 강호 양 감독은 인터뷰도 철저히 준비한 '박사님'의 모습을 미디어데이에서도 보여줬다. 양 감독은 삼성 류 감독에 대해 "앞으로 개인 1500승, 2000승 하셔야 하는데 그럴려면 올해 한 번 시련을 겪으셔야 한다"라는 말로 정곡을 찔렀다. 이어 LG 팬들을 향해 "그동안 LG 팬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한 분들이 많으셨는데, 올해는 어딜 가시든 떳떳하게 유광점퍼를 입고 다니실 수 있게 해드리겠다"라고 당차게 선언했다. 양 감독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미디어데이 참가 선수 중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두산 베어스 김현수를 꼽자 "현수 올해 끝나고 FA지? 내년에 마산가겠네"라고 코멘트해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이번 미디어데이 신 캐릭터를 구축한 인물은 15년 만에 1군 감독으로 복귀한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 김 감독은 철학자 포스를 풍기며 "말이 길어져서 죄송한데"를 연발했다. 어떤 질문이든 논리 정연하게, 긴 시간 동안 설명하며 오랜 시간 팬들에게 주입시키지 못했던 자신의 야구를 설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정규시즌 4위 LG 양 감독 다음 차례에 김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는데, 양 감독이 열심히 분위기를 띄워놓으면 김 감독 차례에서 진지한 설명에 분위기가 축 가라앉는 장면이 반복되기도 했다. 그래도 김용희의 '시스템 야구'라는 다섯 글자를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조 감독과 함께 진지 콘셉트의 대표주자 격인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도 삼성의 경쟁팀을 꼽아달라느 질문에 "시범경기를 보고 다 판단하기는 이르다. 정식경기가 시작돼봐야 안다. 어느팀이든 다 삼성 대항마 될 수 있다"라고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시원시원한 듯 보이면서도 항상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 역시 "윤석민의 최종 보직은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 "다른 팀 선수를 데려오기 보다는 우리 선수들로 하겠다"라는 '피해가기' 답변의 정석을 보여줬다.
신임 감독들도 처음 참석하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어필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다른 팀들이 삼성을 견제해 힘이 빠지게 하면, 우리가 그 사이를 훅 치고 들어가겠다"라는 재치있는 발언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은 평소 차분한 성격 그대로의 정직한 답변들을 내놨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