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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10색 매력, 감독들 스피치 스타일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3-23 17:09 | 최종수정 2015-03-24 06:34


미디어데이에서 10개구단 감독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23.

대한민국 10명 만이 차지할 수 있는 프로야구 감독 자리.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각 구단 감독들이 꺼내는 한 마디 한 마디에 팬들은 울고 웃기도 한다. 이런 감독들의 스피치 스타일을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23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2015 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0개 팀 감독들의 10인 10색 개성을 들여다봤다.

통합 4연패를 이끈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항상 '죽겠다'라는 스타일이다. 남들은 다 부러워 난리인데 1등팀 감독으로서 항상 엄살을 부린다. 류 감독은 "삼성 5연패 저지를 위해 나머지 9개팀들이 모두 뭉쳤다"라는 말에 "우리팀을 우승 후보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라고 해 현장의 빈축을 샀다. 이어 "우리 팀을 강하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보니 만만한 팀이 없다"라고 또다시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시즌 각오를 밝히며 사회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개막전 선발은 피가로"라고 해 화통하고 거침없는 고유의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투톱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과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 촌철살인의 위트 넘치는 입담으로 항상 주목을 받는 김 감독의 활약은 오랜만에 복귀한 미디어데이에서도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4년 만에 돌아온 김성근이다"라고 인사를 하더니 "한화가 6년 동안 5번 꼴찌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이 팀이 왜 꼴지인지 알았다. 이 것만 해결하면 싸울 수 있다. 오늘은 뒤에서 두 번째로 입장했는데 내년에는 앞에서 두 번째로 입장하겠다"라고 말해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우승후보 삼성의 대항마로 어떤 팀을 꼽느냐는 질문에는 특유의 '싶어요' 말투로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스타트만 잘하면 되지 않나 싶어요. 어느 팀이든 우승할 수 있는데 한화도 그 팀들에 있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신흥 강호 양 감독은 인터뷰도 철저히 준비한 '박사님'의 모습을 미디어데이에서도 보여줬다. 양 감독은 삼성 류 감독에 대해 "앞으로 개인 1500승, 2000승 하셔야 하는데 그럴려면 올해 한 번 시련을 겪으셔야 한다"라는 말로 정곡을 찔렀다. 이어 LG 팬들을 향해 "그동안 LG 팬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한 분들이 많으셨는데, 올해는 어딜 가시든 떳떳하게 유광점퍼를 입고 다니실 수 있게 해드리겠다"라고 당차게 선언했다. 양 감독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미디어데이 참가 선수 중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두산 베어스 김현수를 꼽자 "현수 올해 끝나고 FA지? 내년에 마산가겠네"라고 코멘트해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이번 미디어데이 신 캐릭터를 구축한 인물은 15년 만에 1군 감독으로 복귀한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 김 감독은 철학자 포스를 풍기며 "말이 길어져서 죄송한데"를 연발했다. 어떤 질문이든 논리 정연하게, 긴 시간 동안 설명하며 오랜 시간 팬들에게 주입시키지 못했던 자신의 야구를 설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정규시즌 4위 LG 양 감독 다음 차례에 김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는데, 양 감독이 열심히 분위기를 띄워놓으면 김 감독 차례에서 진지한 설명에 분위기가 축 가라앉는 장면이 반복되기도 했다. 그래도 김용희의 '시스템 야구'라는 다섯 글자를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신생팀인 kt 위즈 조범현 감독의 단골 멘트는 "아시다시피"였다. 매사 진지한 조 감독은 신생팀 kt가 전력상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평가에 "아시다시피"라는 말로 전제를 깔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창단팀 최고 승률 기록은 경신하고 싶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기록한 4할2푼5리(52승 71패 3무)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조 감독과 함께 진지 콘셉트의 대표주자 격인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도 삼성의 경쟁팀을 꼽아달라느 질문에 "시범경기를 보고 다 판단하기는 이르다. 정식경기가 시작돼봐야 안다. 어느팀이든 다 삼성 대항마 될 수 있다"라고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시원시원한 듯 보이면서도 항상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 역시 "윤석민의 최종 보직은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 "다른 팀 선수를 데려오기 보다는 우리 선수들로 하겠다"라는 '피해가기' 답변의 정석을 보여줬다.


신임 감독들도 처음 참석하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어필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다른 팀들이 삼성을 견제해 힘이 빠지게 하면, 우리가 그 사이를 훅 치고 들어가겠다"라는 재치있는 발언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은 평소 차분한 성격 그대로의 정직한 답변들을 내놨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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