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병마 이겨낸 '야신'의 진짜 출사표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24 10:52 | 최종수정 2015-03-24 10:52


"두고 봐라, 어떻게든 이겨낼거야."

선수가 아프면 감독도 아프다. 당장 전력이 약해지니 마음이 아프고,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도 이상 신호가 온다. 그래도 한 팀을 이끄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약한 소리를 할 순 없다. 내색하지 않고, 농담을 건낸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그게 바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스타일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가운데)이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이용규(맨 왼쪽), 이태양과 함께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지난 23일 서울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김 감독의 입담은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4년 만에 야구판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보니까 '이래서 한화가 꼴찌구나'했다" "꼴찌팀은 (다른팀 선수) 2명 찍으면 안되나?" "(야구판) 안에서 보니 많이 다르네. 한화도 우승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는 등 재치있는 입담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모두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한 말이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니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분위기 자체가 밝아졌고, 뭔가 젊어진 것 같다. 현장에서 보니 특히 여성 팬들이 많아졌더라"며 달라진 팬 문화를 체감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김 감독 역시 무겁고 비장한 출사표가 아닌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

그러나 실제로 한화의 상황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김 감독도 이런 팀 상황에 큰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3월초 병원에 긴급 입원하기까지 했다. 김 감독은 "3월초에 갑작스럽게 몸에 이상신호가 와서 5일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서울의 병원과 대전의 야구장을 왔다갔다 했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대전구장에서 LG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에 '지각'했다. 당초 예정된 취재진과의 인터뷰 시간(오전 11시30분)도 넘긴 채 거의 경기 시작에 임박해서 야구장에 도착했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이 개인적인 용무 때문에 야구장에 조금 늦게 도착하셨다"는 말로 인터뷰 무산에 대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알고보니 김 감독은 당일 새벽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아침까지 치료를 받고 부랴부랴 오후 1시 경기 시간에 맞춰 야구장으로 나온 것. "배가 무척 아파서 응급실에 입원했었다. 스트레스성 장염이라고 하더라. 5일간 병원 신세를 지며 야구장에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다." 김 감독은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년 만에 돌아온 현장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는 지 알수 있는 대목. 한화 팀 사정이 좋지 못해서다.

김 감독이 "이산가족"이라고 표현하듯, 현재 한화에는 이탈 선수들이 적지 않다. 조인성을 비롯한 주전 대부분이 아프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시범경기 막판 대구 원정 2연전에 1군 주전급 선수들을 데려가지 않고, '휴식' 명령을 내렸다. 김 감독은 "내 입장에서는 도박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잘되면 좋지만, 페이스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다.


대전에서 휴식 명령을 받은 선수들이 모두 야구장에 나와 자발적으로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 감독은 '아, 이제 팀이 만들어지는구나'라는 벅찬 확신을 얻었다. 김 감독은 "우리같은 팀은 선수들이 전부 하나로 끈끈해져야 이길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을 헌신해야 한다. 전체적인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은 힘들어보이겠지만, 반드시 이겨낼 거다. 잘 할테니 두고보라"는 다짐을 했다. 이게 바로 김성근 감독의 진짜 출사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