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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민병헌 신혼여행 훈련, 소문은 진짜였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2-26 07:27


1차 전지훈련을 마친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19일 오후 2차 전훈지인 일본 미야자키 히사미네 구장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
두산 민병헌이 배팅볼을 치고있다.
두산 선수들은 기초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에 초점을 맞춘 1차 캠프에 이어 2차 캠프에서는 오는 3월 3일 까지 소프트뱅크, 라쿠텐등 일본 프로 팀들과 총 6차례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미야자키(일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2.19/

소문은 사실이었다.

얼마 전 '신혼여행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도권 모 팀이라는 정보도 곁들여졌다.

그 주인공은 두산 민병헌이었다.

그는 새신랑이다. 지난해 12월13일 웨딩마치를 올렸다. 일본 오키나와로 4박5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훈련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다. 조금이라도 쉬면 프로의 경쟁에 떨어진다는 부담이다. 때문에 두산 김태형 감독은 "민병헌은 3할4푼을 치면서도 자책한다. 당연히 프로 선수로서 좋은 마인드지만, 약간 지나칠 때가 있다. 올해는 '3할만 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의중은 지나치게 부담을 가지는 것보다 좀 더 편안하게 야구를 대하면 오히려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만큼 민병헌은 노력파다.

민병헌은 2006년 두산에 입단했다. 좋은 선수였지만, 그렇게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0년까지 그랬다. 그는 군대를 가야했다. 경찰청에 입대했다.

그리고 전환점을 마련했다. 25일 두산에 소프트뱅크와 연습경기를 벌이는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 구장에서 만난 그는 "프로에 입단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훈련은 그냥 따라서 하는 게 전부였다. 돌이켜 보면 절실함이 부족했다"며 "경찰청에 입대한 뒤 잘하는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왜 잘하는 선수는 잘하는지 알게됐다"고 했다. 그들은 달랐다고 했다. 준비과정에서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치열했다. 민병헌은 느낀 점이 많았다.

그는 "반성을 많이 했다. 나도 정말 잘하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며 "그때부터 한시도 훈련을 안 할 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숙소에서도 방망이를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올해 전지훈련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최재훈도 항상 "하루만 야구 생각을 하지 않고 편하게 지내봐라"고 했다. 그의 행동은 한마디로 프로선수로서 발전을 위한 치열함의 산물이다. 때문에 지난해 그는 엄청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내가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또 있다"고 했다. 2013년 민병헌은 119경기에 나서 3할1푼9리, 9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수준급의 기록이다. 2014년에는 124경기에 출전, 3할4푼5리, 12홈런, 79타점을 올렸다. 톱 클래스의 성적이다.

하지만 그에게 방심은 없다. 민병헌은 "소프트뱅크에 계시는 이대호 선배나 (김)현수를 보면 중심이 잡혀 있다. 오랜 기간 잘해왔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고작 2년 반짝한 것 뿐이다. 아직 내 중심이 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그는 신혼여행에서도 훈련을 강행했다. 민병헌은 "신혼여행이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일부러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있는 호텔로 예약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신혼여행을 갔지만, 그는 결국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찾았다. 매일은 아니지만, 한 번 가면 1시간 30분씩 몸을 단련시켰다.

민병헌은 농담조로 "아내가 나보고 '미쳤다'고 하더라. 하지만 훈련을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본인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아내는 어떻게 했냐'고 묻자 "관광이나 쇼핑을 다니라고 했다"고 가볍게 대답했다.

지난해 그는 '신개념 1번 타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리드 오프지만, 뛰어난 클러치 능력과 장타생산력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해결하는 1번 타자'였다. 그의 스타일은 변함없다.

그는 "올해도 똑같은 스타일로 갈 것이다. 시즌을 치르려면 자신감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신혼여행에서조차 몸 만들기를 했던 민병헌. 그가 하루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언제올까. 미야자키(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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