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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한달째 최희섭 "야구가 즐겁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2-15 06:12


1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쵸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의 훈련이 열렸다.
KIA 최희섭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0.

"넌, 펑고 안 받는 게 낫다니까. 수비 훈련 안 하고 나가면 반짝 긴장해서 더 집중하잖아."(김민호 코치)

"코치님, 지난 번에 실책했잖아요. 수비 훈련이 필요해요. 왜 자꾸 그러세요."(최희섭)

"걱정마라. 청백전은 실책해도 공식기록으로 안 남는다. 아무 문제 없다. 빨리 저쪽으로 가서 러닝하고 타격훈련이나 해라. 하지 말라는 데 왜 펑고를 받겠다는거야."(김민호 코치)

"아뇨, 전 그래도 수비훈련 할래요. 딴 거 보다 이게 더 재미있어요."(최희섭)

"너, 나랑 있으면 재미있으니까 그러지는 거지? 내가 재미있게 해주니까 나랑 같이 있을려고 하는 거지?"(김민호 코치)

14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의 보조경기장. 수비 훈련을 두고 김 코치와 최희섭의 가벼운 승강이가 벌어졌다. 훈련을 하겠다는 선수와 훈련을 하지 말라는 코치 간의 이상한(?) 대화다. 농담이 잔뜩 담긴 옥신각신 설전이다. 최희섭은 김 코치의 공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최희섭은 1루 수비 훈련을 넉넉하게 모두 소화했다. 최희섭은 올시즌 외국인 타자 브렛 필과 1루수 출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명타자로 출전할 수 있지만 1루수로 나설 수도 있다.

지난달 16일 오키나와에 도착해 스프링캠프 보낸 한 달. 야수 최고참인
12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쵸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의 훈련이 열렸다.KIA 최희섭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2.
최희섭(36)에게 '지난 한 달 간 생각했던대로 훈련이 잘 이뤄졌나'라고 묻자 "마음 편하게 운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에 재활훈련과 여러가지 상황이 얽혀 1군 경기 한 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한 최희섭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아주 특별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한때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최희섭이다. 그랬던 최희섭을 김기태 감독이 일으켜 세웠다. 14일 훈련 때 김 감독은 최희섭의 타격 훈련 때 배팅볼을 던져주고 조언까지 했다.


최희섭은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부터 시작해 12월과 1월 개인훈련, 캠프에 들어와 한 달을 보냈다. 준비는 다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연습경기, 시범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랬다.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부터 쉼없이 달려왔다.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건 다 했다. 지난해 10월 말 김 감독이 취임 한 후 최희섭은 야구 열정을 되찾았다.

최희섭은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그렸던 모습에 90% 이상 근접했다고 했다. 최희섭이 살아난다면, KIA 타선은 삼성 라이온즈, 넥센 히어로즈 못지않은 타선이 완성된다. 1번 김주찬, 2번 신종길, 3번 필, 4번 나지완, 5~6번 나지완 최희섭이 상위타선을 구성하게 된다. 지명타자든, 1루수든 최희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KIA 코칭스태프는 개인 훈련뿐만 아니라 훈련 외적으로도 최희섭을 높게 평가한다. 김기태 감독은 "희섭이가 훈련 중에 파이팅을 외쳤는데, 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사실 지난 몇 년 간 환한 얼굴, 밝은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캠프에서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사실 내가 묵직하게 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최근 몇 년 간 편하게 야구를 하기 어려웠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새로운 KIA 팀 분위기가 최희섭에게 함을 불어넣었다.


12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쵸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KIA 타이거즈의 훈련이 열렸다.
KIA 최희섭이 몸을 풀고 있다.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2.
지난해 전지훈련 때 제외됐던 최희섭은 이번 스프링캠프가 고맙다고 했다. 프로야구 17년차인데, 처음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부상이 올 수도 있을텐데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고 목표를 버린 것 아니다. 후배들과 어울려 야구를 하는 게 즐겁다. 지난해에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코칭스태프의 배려가 너무 고맙다."

최희섭의 전지훈련 한 달은 이렇게 지나갔다.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최희섭이 맹타를 휘두르는 모습을 목을 빼놓고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오키나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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